만화 ‘식객’, ‘타짜’ 등으로 유명한 허영만은 7년 간 고 이 화백의 문하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그가 쓴 경향신문 칼럼에서는 고 이 화백의 흔적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다.
허 작가는 “이향원 선생은 처음과 끝이 한결같은 인품으로 만화계에서 많은 존경을 받으신 분이다”며 “선생은 내 역량껏, 그리고 싶은대로 그리라고 재량권을 주셨고 그 덕에 나는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었다”고 그의 문하생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당시 한국 만화계는 만화 시장을 독점한 모 대형 출판사의 ‘만화 끼워팔기’ 횡포가 심했는데, 이향원 선생은 거기에 맞서 숱하게 싸웠다”며 “다른 만화가들은 거물 출판사에 밉보이기 싫어 대부분 몸을 사렸는데 선생은 매번 싸움에 지면서도 세 번씩이나 뛰쳐나가 경쟁 출판사를 차렸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또 “당시 이향원 선생과 그 제자들이 주축이 된 ‘신촌파’는 유명 만화잡지를 통해서 데뷔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면서 “거물 출판사에 대항하는 만화가들의 ‘독립운동시기’에 이향원 선생을 중심으로 한 만화가들은 창작주체인 만화가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한편 한국 만화계의 어려움에 맞서오며 시대를 풍미한 만화가 이향원. 허영만, 고유성 등의 문하생을 길러내는 등 1970~80년대 한국 만화의 부흥을 이끌었다. 대표작으로는 '이겨라 벤', '나는 차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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