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자금 댄 '만석꾼 손자', 재계 수장으로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11.02.17 18:00

허창수 전경련 새 회장, 삼성·LG 종잣돈 댄 허만정옹 손자… 어머니는 구씨 가문

허창수 GS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17일 재계수장인 전경련 회장에 추대됐다.

허 회장은 이를 고사해왔으나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후 오랫동안 재계의 구심점이 없었다는 점을 고민한 끝에 이를 수락했다. 그는 전경련 회장단에 합류한 지 2년만에 한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그룹 총수들이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 회장에 허 회장을 추대한 것은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적통을 잇고 있다'는 상징성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허창수 회장은 '한국 자본주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허만정 옹의 손자이자 어머니는 LG그룹 구씨 가문이기도 하다.

구한말 만석꾼의 아들로 태어난 조부 허만정 옹은 삼성, LG그룹에 종잣돈을 댔던 인물이다. 1938년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삼성상회를 창업할 때 자금을 보태고 여덟 아들중 장남인 고 허정구 삼양통상회장을 보냈다. 허정구 회장은 삼성물산, 제일제당, 제일모직 등 주요 계열사 사장을 지냈다.

허만정 옹은 LG그룹 창업에도 자금을 넣고 3남인 허준구 회장을 보내 경영에 참여시켰다. 허창수 회장은 고 허준구 회장과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첫째 동생 구철회씨 장녀 구위숙씨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LG와 GS그룹 분가 이후 GS홀딩스 회장을 맡아 GS그룹을 대표하고 있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과 LG그룹의 뿌리에는 70년전 허만정 옹이 뿌렸던 자양분이 숨쉬고 있다는 얘기다. 허 씨 집안은 LG그룹과 3대 동안 동업해왔고, 지난 2005년 57년간 동업을 끝내고 GS그룹으로 분리했으나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재계순위 7위인 GS그룹의 위상도 '재계대표'로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GS그룹의 자산규모는 LG와 분가직전인 2004년 18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45조원 가량으로 커졌고 국내 70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기간 매출액은 23조원에서 2배 이상 커진 52조원으로 늘었다.

전경련이 10대 그룹 오너를 회장으로 맞은 것은 1999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이후 12년 만이다.


앞서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이 전경련을 잘 이끌어 왔으나, 재계 맏형으로 회장단을 꾸릴 수 있는 인물에 대한 갈증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허 회장이 그룹 총수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온화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추대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물가를 안정시키면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내야 하는 정부와 기업들의 의사소통에 적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허씨 집안은 허세를 배척하고 실질을 쫓는 '실사구시'의 가풍을 이어가고 있다. 허씨 경영자들을 만나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검소하고 소탈함을 직감하곤 한다.

아마도 할아버지 허만정 옹의 '금강산' 정신이 피에 흐르기 때문일 것이다. 경남 진주시 승산마을의 허만정옹 생가에 가면 '금강산'이란 돌산이 있다.

경남 진주시 승산마을 허만정 옹 생가에 있는 '금강산'
만석꾼의 아들이었던 그는 독립운동 자금을 대고 학교를 지었으며 곤궁한 소작농과 주민들에게 쌀을 형편에 따라 나눠주었는데 공짜로 주지 않았다. 인근 방어산에서 돌을 가져오게 해 마당에 쌓게 했다고 한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인 셈이다.

허 회장은 48년 경남 진주생으로 경남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MBA 석사를 밟았고, 2007년에는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77년 LG그룹에 입사한 후 LG화학 부사장, LG산전 부사장, LG전선 회장을 거쳐 2004년 GS그룹 회장에 올랐다.

취미는 산책이며 고 이철승 전 상공부 차관의 딸인 부인 이주영씨와 사이에서 1남 1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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