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마켓 엑소더스 '끝'.. 자산재조정 마무리 단계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11.02.16 11:23
펀드매니저들의 연초 자산 재분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머징마켓의 자금 엑소더스(대규모 순유출)도 조만간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펀드의 자금 유출입을 분석하는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올들어 이머징마켓에서 순유출된 자금은 65억달러이다. 하지만 올들어 발생한 자금 유출은 지난주까지 3주간 집중됐다. 지난 3주간 이머징마켓에서는 총 13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지난 1월26일까지 1주일간 30억달러가 순유출된데 이어 이집트 정정 불안이 고조됐던 지난 2월2일까지 일주일간은 70억달러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는 이머징마켓 자금 순유출 규모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년만에 최대다. 지난 9일까지 일주일간도 이머징마켓에서는 자금 유출이 이어졌지만 규모는 30억달러로 줄었다.

반면 선진국 증시로는 6주 연속 자금이 흘러들며 올들어 355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1월말부터 2월초까지 이머징마켓에서 급격하게 자금이 빠져나가며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 역시 큰 폭의 변화를 겪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가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전세계 188명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머징마켓에 ‘비중확대’ 입장을 취한 펀드매니저는 5%에 불과했다. 1월초에 실시된 조사에서는 이머징마켓 ‘비중확대’가 43%에 달했다.

월간 기준으로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비중이 이처럼 급격하게 하향 조정되기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펀드매니저 조사 역사상 처음이다.

반면 미국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34%가 ‘비중확대’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의 16%, 1월의 27%에 비해 꾸준히 확대된 것이다. 유럽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11%가량의 ‘비중확대’ 입장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만 해도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유럽 주식시장에 대해 9%가량의 ‘비중축소’ 입장을 견지했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지난 3주간 이뤄진 글로벌 자금의 급격한 이동을 통해 이머징마켓 비중을 줄이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비중을 높이는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빠르게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자금 이동과 자산재조정은 글로벌 증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올들어 이머징마켓 증시를 대변하는 MSCI 이머징마켓 인덱스펀드는 4.7% 하락한 반면 S&P500 지수는 5.9%, 유럽의 스톡스600 지수는 4.8% 올랐다.

하지만 글로벌 자금의 이동과 펀드매니저들의 자산재조정은 이제 마무리 단계로 파악된다. 자산재조정은 연초에 집중된 뒤 글로벌 주식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대사건이 없는 한 연말까지 커다란 변화 없이 이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CNN머니는 “연초에는 직전해에 얻은 수익을 현실화하고 향후 몇 달간 투자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한다”고 지적했다. EPFR 글로벌의 브래드 더햄 이사도 “지난해 이머징마켓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저평가된 선진국 증시로 눈을 돌리며 올초 자산을 재조정했다”고 말했다.

시장 조사업체인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최근 이머징마켓의 상대적으로 부진하지만 이러한 추세는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머징마켓 경제가 급격하게 둔화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다 주가수익비율(PER)도 선진국보다 조금 낮은 수준으로 크게 고평가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어드밴티지의 수석 투자 책임자인 J. 마이클 마틴은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이머징마켓의 정치 리스크가 높아졌고 원자재 가격도 올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됐다”며 최근에 일어나나 이머징마켓의 자금 엑소더스 원인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기 전까지 펀드매니저들이 이머징마켓 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머징마켓의 성장 스토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머징마켓에 대한 '비중확대'가 5%에 불과한 상태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자금 유출과 자산재조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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