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왕정국가 바레인 첫 시위..거세지는 민주화요구에 유가 불안 가중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 2011.02.15 15:44

북해산브렌트유 선물 최고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퇴진 이후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의 불길이 인근 아랍권 국가들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특히 정정불안이 이란, 예멘, 요르단 등을 넘어 '석유의 보고'인 걸프만 연안 국가들로도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며 자칫 4차 오일쇼크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걸프만 지역에서 첫 시위
왕정국가인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는 14일(현지시간) 수천명의 시위대가 정치개혁, 차별철폐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최루가스와 고무탄으로 무장한 경찰과 충돌해 20대 청년 한명이 숨지고 십여명이 부상했다.

이번 시위는 바레인의 시아파 무슬림이 직면해 있는 차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바레인은 시아파가 인구의 약 70%를 차지하지만 소수인 수니파에 비해 취업과 주거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걸프만에 위치한 바레인은 석유자원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지역 금융중심지이자 미 5함대 사령부가 위치해 정치·군사적으로 민감한 곳이다.

바레인에서 시위가 고조되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시아파 들이 거리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절대왕정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최초의 정치적 결사체가 최근 탄생했다.

◇이란, 예멘 등에서도 거센 반정부 시위
이란에서도 이날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수천명의 이란인들이 수도 테헤란 중심에 있는 아자디 광장에 모여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는 2009년 대선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였다.

테헤란 곳곳에 배치된 경찰은 이날 최루가스와 페인트 볼을 쐈고 시위대도 쓰레기통에 불을 붙이는 등 경찰에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1명이 사망하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란의 야당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인 후세인 무사비 전 총리와 메디 카루비 전 의회의장은 가택연금을 당했다.


예멘 수도 사나에서도 나흘째 반정부 시위가 진행됐다. 이날 시위대 수천명은 33년간 통치를 이어온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최근 살레 대통령은 2013년 대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공약했지만 야당세력은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했다.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12년간 집권해온 알제리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예고됐다. 알제리 최대 야권 단체인 '변화와 민주화를 위한 국민 연대'는 오는 18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퇴진한 이집트에서는 공공 부문 근로자 수천명이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 조건을 개선해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파업에는 국립은행 직원들도 동참해 모든 은행의 문이 닫혔고 이집트 증권거래서도 증시 개장일을 20일로 연기했다.

◇정정불안 유가불안으로 연결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며 중동 지역의 안정적 석유공급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를 반영해 14일 런던석유거래소(ICE)에서 북해산브렌트 4월물 종가는 전일대비 배럴당 2.14달러 오른 103.08달러로 2년 반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JP모간 애널리스트는 "반정부 시위 도미노가 핵심적인 원유 수출국들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집트 사태의 안정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알제리, 바레인, 예맨, 이란 등에서 정정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최성근 연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5일 보고서를 통해 "주요 산유국으로 정정 불안이 확산되면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것이 장기화되면 4차 오일쇼크 발생도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배럴당 110달러를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가격으로 환산하면 98.4달러로, 1980년 2차 오일쇼크(77.1달러)나 2008년 3차 오일쇼크(89.6달러) 때보다 실질가격 기준으로 더 높은 수준이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동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6.1%를 차지했고 2009년 해외 건설 수주액에서 중동이 73%를 차지한 점을 감안하면 건설업을 중심으로 수출 타격이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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