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90분간의 조정, 매수세 꺽지 못해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11.02.11 08:37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오는 9월 대선 때까지 퇴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소식은 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폐장하기 수 분 전에 전해졌다. 따라서 투자자들을 걱정시키며 매도세를 불러 일으킬만한 시간이 없었다.

오히려 장 중에 투심을 사로잡았던 이집트 소식은 이날 중으로 무바라크 대통령이 사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리언 파네타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발언이었다. 혹시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거부 소식이 장 중에 전해졌다면 뉴욕 증시의 강세 기조를 꺾을 수 있었을까.

이날 뉴욕 증시는 다우지수가 10.6포인트, 0.1% 소폭 하락한 1만2229로 마감하고 S&P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1%씩 강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 거부에 대해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어쨌든 이집트 상황은 안정될 것으로 봤다. 더 이상 혼란만 야기되지 않는다면 증시에 악재가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뉴욕 증시는 다우지수 편입 종목인 시스코 시스템즈가 14% 폭락한 여파로 개장 직후 광범위한 매도 물량이 몰리며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오전 10시 무렵 80포인트 가량 급락했고 S&P500 지수도 10포인트, 나스닥지수도 27포인트 가량 밀렸다.

하지만 매도 공세는 오래 가지 않았다. 주가가 급락하자 곧바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지수는 급반등세로 낙폭을 줄였다. 특히 장 마감 직전 ‘사자’ 주문이 몰리며 지수는 보합권에 진입한 채 거래를 마칠 수 있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날 것이란 관측도 증시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됐다.

다만 장 마감 몇 분을 남겨두고 전해진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소식에 다우지수가 주춤하며 강세 전환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시스코는 인터넷과 관련한 몇 가지 핵심 장비를 제조하기 때문에 기술주는 물론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시스코의 실적 전망 부진을 개별 회사의 문제로 분리해봤다.

기술기업인 아카마이와 액티비전 블리자드도 실적 부진으로 15%와 8% 폭락하며 지수에 부담을 줬고 크레디 스위스도 실망스러운 실적으로 7% 하락했지만 투자자들은 개별 회사의 문제로 보고 저가 매수 행렬에 동참했다.


이날 발표된 주간실업수당 신청건수는 2년래 최저 수준으로 고용시장 개선을 보여줬다. 장 초반에는 시스코 악재에 묻혔지만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가 유입된데는 주간실업수당 신청건수에서 확인한 경기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밀러 타박의 주식 전략가인 피터 북크바르는 “뉴욕 증시는 지금 스스로 생명력을 갖고 오르고 있다”며 “이날 조정도 기껏 1시간30분가량 밖에 지속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얀 파트너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로버트 파블릭은 “조정이 나온다 해도 지금 시장 주변에는 주식을 매수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관망 투자자들이 너무 많다”며 조정 때마다 저가 매수가 나오는 이유를 설명했다.

스타이플 니콜라우스의 시장 전략가인 잭 캐프리는 “주가가 절대적으로 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주 비싸다고 할 수도 없다”며 “게다가 경제의 방향에 대해 신중한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어 주식에 대해선 여전히 비중을 늘리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섀퍼스 투자 리서치의 수석 기술적 분석가인 라이언 데트릭은 “이번 어닝 시즌은 전반적으로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따라서 시장은 2보 전진-1보 후퇴의 방식으로 점진적 상승세를 계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채권시장은 다시 약세를 보였다. 이날 이뤄진 30년물 국채 입찰에는 수요가 충분히 몰렸으나 전날 10년물 국채 입찰 때처럼 수익률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까진 못했다. 이날 10년물 국채 가격은 약세를 보이며 수익률이 3.68%로 올랐다. 2년물 국채 수익률은 0.84%로,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4.76%로 상승했다.

채권 수익률의 지속적인 상승세는 일부 투자 전문가들의 우려를 샀다. 밀러 타박의 북크바르는 “국채 수익률 상승은 일반적으로 주식에 긍정적이지 않다”며 “지금 뉴욕 증시는 채권시장과 위험한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PNC 자산관리의 투자 이사인 짐 더니건 역시 인플레이션이 세계적인 이슈라며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증시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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