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목표 4만km...덤핑으론 고품질 힘들어"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 2011.02.11 08:03

[한국의 IB를 이끄는 사람들...릴레이 인터뷰②]정영채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


"4만km는 달려야죠."

정영채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사진)는 한국 IB업계의 산 증인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대표 주자다. 올해 목표를 묻는 질문에 자동차 주행거리가 답으로 나왔다.

"자동차 운행 거리를 치면 영업 담당 상무보다 더 길겁니다. 지난해엔 좀 주춤했는데 올해는 다시 주행거리를 4만km 이상으로 늘릴 겁니다."

우리투자증권 IB부문은 지난해 아쉬움이 많았다. 낙승을 예상했던 우리금융지주 매각 자문사 선정에서 낙마했고 현대건설 매각 자문도 막판에 뒤집혀 실패했다. 우리증권은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에 공동 주관사로 참여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현대차그룹이 인수 후보가 됐다.

정 대표는 "2009년에 비해 지난해에는 양적으로 조금 주춤한 한 해였다"면서 "전통적인 채권이나 주식 발행·인수 업무보다는 IB사업부 체질을 바꾸는 데 만족한다"고 평가했다.

IB부문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 출혈 경쟁이 생긴 부분을 크게 아쉬워했다.
정 대표는 "대형사 마저 수익성을 포기한채 인수전에 뛰어들어 시장 관행이 무너졌다"며 "브로커리지 수수료 경쟁에 이어 IB사업 부문도 수수료 경쟁이 본격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은행 매각 자문 딜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적정 수수료 이하의 덤핑으로는 고객사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마음에 들었던 딜로는 LG이노텍 전환사채(CB) 공모발행과 현대홈쇼핑 기업공개를 손꼽았다.

신용등급 A급 이상 우량 기업은 전환사채 발행이 드물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LG이노텍의 전환사채 발행을 주관했다. LG이노텍 CB는 표면금리 0%, 만기이자율 2%에 주식전환가액 15만원으로 공모 발행됐다. 당시 LG이노텍의 주가는 13만원 대였다.

정 대표는 "기존 딜을 답습하지 않고 시장 환경과 관련 규정을 종합해 성공적으로 발행한 케이스다"며 "과거 10% 미만의 프리미엄이 대부분이었는데 정확한 프라이싱으로 약20%의 프리미엄 발행에 성공, 고객사를 만족시켰다"고 자평했다.


현대홈쇼핑 기업 공개에선 국내 증권사 처음으로 해외 투자자 모집 업무를 맡았다. 현대 하이 HMC 등이 국내 마케팅을 책임졌고 우리투자증권은 15%의 지분에 대해 해외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그 이전까진 해외 투자자 모집은 해외 IB가 담당하는 게 통례였다. 정 대표는 "우리증권 IB사업부의 해외 세일즈 역량을 증명했다"며 "더욱 적극적으로 글로벌 IB와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민이 많았던 딜은 삼성생명 기업공개(IPO)다. 지난해엔 대한생명과 삼성생명 등 2건의 IPO가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우리증권은 대한생명 기업공개에 대우증권과 함께 공동주관으로 참여했다. 초기엔 골드만삭스도 이름이 올라 있었다.

대한생명에 뒤이어 곧바로 삼성생명이 기업공개를 발표했다. 정 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공모 사이즈는 삼성생명이 훨씬 컸다. 하지만 대한생명이 IPO 계약 조건에 상장 전후 6개월 간 다른 생명보험사의 주관사를 맡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공동 주관을 맡았던 골드만삭스는 대한생명을 포기하고 삼성생명으로 달려갔다.

결국 정 대표는 끝까지 의리를 지켰다. 4조원에 달하는 빅딜을 포기하고 시장의 '신뢰'를 선택했다.

올해는 이 같은 신뢰가 실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 대표는 올해 리그테이블 전 분야를 석권하겠다는 야심한 목표를 세웠다. 1등 IB하우스의 권좌를 되찾아오겠다는 각오다. 올해 영업수익 목표는 900억원, 경상이익은 4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회사채 시장점유율(MS) 11.5%를 달성하고 글로벌 채권 인수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파이낸스 역량도 지속적으로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영채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 약력

△1964년 경북 영천 출생
△경북사대부고, 서울대 경영학과
△1988년 대우증권 입사. 자금부장, 기업금융부장, 주식인수부장, 파생상품부장, 기획본부장.
△2005년 현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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