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차기 총재구도 유력후보 사퇴에 '안갯속'으로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11.02.10 14:36

이탈리아·핀란드·룩셈부르크 중앙은행 총재들 물망에

▲악셀 베버 독일 중앙은행총재
유럽중앙은행(ECB) 차기 총재 '1순위'로 꼽혀온 악셀 베버 독일 중앙은행 총재가 조기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에따라 오는 10월 임기가 끝나는 장 클로드 트리셰 총재를 이을 차기 ECB총재 인선 구도 또한 미궁에 빠지게 됐다.

10일 분데스방크 관계자에 따르면 베버 총재(53)는 2012년 4월까지인 임기(8년)를 채우지 않고 올해 사임할 예정이다. 늦어도 여름까지 퇴임하겠다는 뜻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베버가 민간영역에 몸 담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뱅크라고 못 박은 곳도 있다.

◇"독일, 당황스러울 것"= 독일로서는 중앙은행 총재가 조기에 물러나는 것도 문제이지만 ECB 총재직이 멀어진 것이 더 아쉽다. 메르켈 총리 등은 역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베버의 총재직 승계를 당연시하며 주변국들을 설득해왔다.

역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그동안 금융위기와 유로 채무위기 해법에서 종종 ECB와 다른 회원국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하고 합의된 결정에 마지못해 따르는 인상을 보여 왔다. 이 과정에서 트리셰 현 ECB 총재가 프랑스 출신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없는 사항이다. 이로 인해 독일은 다음 총재는 반드시 독일에서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총재

독일 유력신문 빌트는 머리사설에서 베버 총리의 사퇴가 "총리와 유로에 일격"이라며 "독일인들의 유로 신뢰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독일인 ECB 총재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메르켈 총리가 베버 총재와 전화통화에서 목소리를 높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유럽국 파워게임 치열= ECB 차기 수장의 윤곽은 다음달 중순 드러날 전망이다. 헤르만 반 롬파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유럽의 국가부채 해결을 위한 유로존 특별 정상회의를 다음달 11일 소집했는데 이 자리에서 ECB 총재 인선도 논의될 예정이다.

▲메르시 룩셈부르크 중앙은행총재
차기 후보군을 솎아내는 과정에서 유럽 주요국의 물밑 경쟁이 불가피하다. 후보별 장단점은 물론 해당국 이해도 걸려 있어서다.

현재로서는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 겸 금융안정위원회(FSB) 의장(63)이 다소 앞서 있다. 그는 FSB에서 금융규제 개혁을 진두지휘한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성추문 등 각종 악재에 휘청이고 있어 드라기 총재를 밀어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브 메르시 룩셈부르크 중앙은행 총재(61)도 만만치 않다. 강경한 인플레 억제론자로 분류된다. 단 그가 ECB를 맡을 경우 국가 형평성 차원에서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의장을 놓아야 한다.

다크호스는 화려한 경력을 지닌 에르키 리카넨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60)다. 그는 △핀란드 사상 최연소 국회의원(21세) △재무장관 △유럽연합 비즈니스 집행위원 △스테인리스 스틸 기업 오토쿰푸 이사 등을 지내며 해박한 경제지식으로 무장했다.

▲리카넨 핀란드 중앙은행총재
독일에선 클라우스 레글링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최고경영자(CEO), 위르겐 스타크 ECB 이사 등이 ECB 차기 총재감으로 거론된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베버 총재의 사퇴 번복을 설득할지, 또다른 독일인 후보를 밀지도 변수다.

우니크레디트 글로벌리서치의 마르코 발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고 후보가 탈락했으므로 다른 후보군은 물론 차기 ECB 총재를 둘러싼 각국의 정치적 압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베버 총재는 1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연설이 예정돼 있어 자신의 거취를 밝힐지 주목된다. ECB 총재 임기는 8년이며 연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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