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위 재확산 조짐... 정부 개혁이행 늦장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 2011.02.09 14:03

풀려난 구글 임원 '눈물의 호소'도 한 몫, 美 질서있는 전환 재차 압박

이집트 정부의 개혁 이행 약속이 속도를 내지 않으며 소강상태를 보이던 반정부 시위가 재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도 질서있는 전환을 촉구하며 이집트를 압박했다.

8일(현지시간) 이집트 반정부 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는 타호르 광장 주변에는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가 운집했다.

이집트 치안당국에 의해 구금됐다 풀려난 구글 임원 와엘 그호님(사진)의 눈물에 찬 호소도 시위의 불길을 다시 지피는데 일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호님은 이날 시위대를 향해 “나는 영웅이 아니다”라며 “영웅은 바로 당신”이라면서 12일 동안 눈이 가려진채로 공포에 떨었던 사실을 공개했다.

그로님은 300명으로 추정되는 폭행 희생자에 대해서도 애도를 표시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나는 젊은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목격했다”며 “대통령은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줄 책임이 있다”면서 무바라크의 퇴진을 촉구했다.

웹사이트 마스로위닷컴은 “그로님의 눈물이 수백만명을 움직였으며 무라바크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의 마음을 돌렸다”고 평가했다. 페이스북에서 진행된 그로님의 지지서명에는 7만명이 참여했다.

기세를 더한 시위대는 이날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완전 퇴진과 신속한 정권이양을 촉구하며 행진했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미국도 압력의 강도를 높였다. 백악관은 바이든 부통령이 오마르 술레이만 이집트 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질서있는' 전환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이집트가 30년간 존속시키고 있는 계엄법을 철폐해야 하며 이집트 정부는 이집트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반복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간접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또 바이든 부통령이 언론인의 체포, 폭행, 구금을 중단하고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한편 전환의 로드맵 작성에 있어 야당 인사의 참여를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술레이만 부통령은 이날 국영TV에 나와 “정치개혁을 위해 두개의 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며 개헌위원회 및 정치개혁 이행감독위원회 설립 의사를 밝혔다.

또 다른 위원회를 구성해 지난주 무바라크 지지자와 반정부 시위대간 발생한 폭력적인 충돌사건을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2월말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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