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머징, 다른 성장 속도에 증시도 희비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11.02.09 07:00

[선진국 VS 이머징, 디커플링의 시대]①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제의 커플링 시대가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 세계 경제는 미국 경기의 영향을 받으며 동일한 흐름을 보여왔다. 글로벌 증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이머징국가들이 급부상하면서 미국 주도의 커플링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선진국과 이머징국가의 경제 상황이 뚜렷이 구분되는 디커플링 시대가 열렸다.

선진국과 이머징국가의 탈동조화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이머징국가들의 경기가 빠르게 회복된 반면 미국과 서유럽 등 선진국 경기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글로벌 경기는 균등하지 못한 모습을 드러냈고 이 결과는 올해 극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최근에야 간신히 경기 순환 사이클의 회복 단계에 들어선 반면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이머징국가들은 이미 지난해 경기 회복 단계를 지나 경기 활황 단계에 접어들었다.

선진국과 이머징국가가 서로 다른 경기 사이클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은 인플레이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머징국가들은 치솟는 물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상반기 2.6%에서 지난해 12월에는 4.6%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에 브라질은 5.0%에서 5.9%로, 러시아는 6.6%에서 8.8%로 물가상승률이 확대됐다. 인도 역시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이 8.4%로 8%대를 이어갔다.

이머징국가들의 인플레이션이 이상한파 등으로 인한 식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의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식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이머징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인플레이션은 이머징국가에서만 두드러진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2%에 그쳤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3일 전세계 언론이 참석하는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은 미국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말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했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2.2%를 나타낸데 이어 올 1월에는 2.4%로 집계돼 두 달 연속 유럽중앙은행(ECB) 목표치인 2%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미국과 달리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ECB의 생각은 다르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지난 3일 기준금리를 22개월째 사상 최저 수준인 1%로 동결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로존에서 인플레이션은 발등의 불이 아니라 중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독일 경제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유로존 전체적으로는 올해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5% 내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물가보다는 성장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성장 속도의 차이와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격차는 선진국과 이머징 증시의 디커플링으로 귀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증시는 경기 회복 기대감에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이머징 증시는 경기 과열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긴축 우려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S&P500 지수는 올들어 4.9% 상승했다. 독일 DAX 지수는 5.3%, 프랑스 CAC40 지수는 7.5% 올랐다.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0.5%를 나타낸 영국의 FTSE100 지수조차 올들어 2.6% 상승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3.6%의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7일 종가 기준)

반면 이머징 증시는 올들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지수는 0.3% 하락했고 인도이 선섹스지수는 12.7% 급락했다. 브라질의 보베스파지수도 5.7% 떨어졌다. 러시아 증시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강세에 힘입어 올들어 3.7% 올랐을 뿐이다.

올들어 MSCI 월드 지수가 0.5% 상승하며 29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MSCI 선진국 지수(MSCI EAFE)가 4.7% 오른 반면 MSCI 이머징마켓 지수는 2.3% 하락했다.

선진국과 이머징국가의 이처럼 다른 경제 성장 속도는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과 서유럽 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중국과 인도 등 이머징마켓의 나홀로 급성장은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이끌면서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단독의 수퍼파워 시대가 끝나고 미국과 중국의 G2 시대가 열리면서 글로벌 경제도 선진국과 이머징마켓의 디커플링이라는 새로운 체제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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