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도, 오토바이도 찾는 이 없는 충무로

머니위크 문혜원 기자 | 2011.02.21 11:28

[머니위크 커버] 대한민국 특별市場/ 충무로 애견센터 & 오토바이거리

서울시 중구 충무로는 1970~1980년대 영화·문화계의 메카였다. 상권으로는 애견과 오토바이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충무로라는 이름이 아직은 익숙한 퇴계로 4~5가는 애견거리와 오토바이거리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하지만 체감경기의 한파는 이곳 충무로의 대표적인 두 상권에도 불어 닥쳤다. 애견거리 매장 점주들의 반응은 싸늘했고 오토바이거리는 다니는 사람이 드물었다. 오토바이거리의 한 매장 점주는 "1월달 매출이 0원이다"고 호소했다.

◆ 애견상권은 이미 쇠퇴

충무로 애견센터는 50여년 역사를 자랑한다. 애견센터는 1960년대에 이미 활성화됐다. 50년 이상 애견업에 종사해온 김성진 씨의 말에 따르면 1955년 명동에 처음으로 생긴 애견매장이 60년대 들어 충무로로 옮겨 왔다. 김씨는 "1가족 1자녀 정책이 있던 1980년대에는 홀로 자라는 자녀를 위해 애완견을 사주는 게 유행했었다"며 "당시에는 충무로 애견센터가 크게 활성화됐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충무로 애견센터에서 판매하는 견종이 시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애견센터 초기에는 부호들의 경비견으로 크고 용맹한 종들이 각광을 받았으나 이후 아파트가 보급되면서 대형견보다는 중소형견이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2000년도 초반에는 애견센터가 50여곳 이상 늘기도 했다. '애견 판매=충무로'라는 인식 때문에 애완견을 찾는 소비자의 발걸음도 자연히 충무로를 향했다. 하지만 현재 충무로 애견센터는 애견용품점을 포함해 15곳 미만으로 규모가 줄어들었다.

김씨는 "이제는 사람들이 강아지를 사려고 굳이 충무로까지 나오지 않는다"며 "주차가 안 되기 때문에 경기도 일산이나 분당, 성남 등지로 흩어졌다"고 말했다. 각 동네마다 애견센터가 분포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 다른 애견 전문가도 "동네의 애견숍이 단골을 상대로 영업하기 때문에 더 믿을 수 있고 왕래도 잦아 쉽게 구매가 이뤄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의 영향도 크다. 최근에는 직접 매장을 방문하기보다 온라인 동영상을 보고 애견을 분양받기도 한다. 충무로 애견상권이 흩어지게 된 데는 충무로 매장에서 판매하는 애견의 품질이 예전만 못하다는 여론의 인식 탓도 적지 않다. 몇해 전부터 신문과 방송을 통해 충무로 애견센터의 위생과 애견건강관리의 문제를 꼬집는 보도들이 속속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시 중구청의 충무로 애견센터 관리 담당자는 "애견센터들이 동물보호법에 따라 주령에 맞게 판매하는지, 계약서를 이행하는지 등을 점검하고 있다"며 "단속을 다닐 때 매장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이 담당자는 충무로 애견센터의 축소에 대해 "충무로 상권 자체가 변화된 탓도 있다"며 "옛날 건물들이 철거된 후 새 매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없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 오토바이거리 "올 겨울 한파로 타격"

충무로 애견센터를 지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충무로 오토바이거리. 서울시 중구 퇴계로 5가는 오토바이 판매와 관련 액세서리, 부품 숍을 포함해 150여곳의 오토바이 관련 매장이 들어서 있다.

오토바이 마니아라면 충무로 오토바이 매장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에 취급하는 대부분의 오토바이가 이곳 충무로를 통하기 때문이다. 이 거리는 대림, 효성과 같은 국산은 물론 할리데이비슨, 혼다, 야마하, 스즈키 등 해외 브랜드까지 들어서 있어 오토바이 애호가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충무로 오토바이 매장은 신제품은 물론 중고제품도 거래한다. 또 매장마다 튜닝, 정비, 부품판매를 하기도 한다. 가격대도 천차만별. 국산은 30만~40만원대부터 거래가 시작되고, 수입 오토바이의 경우 700만원대부터 3000만원을 호가하는 제품까지 다양하다.

바이크세상의 장성훈 부장은 "오토바이거리는 매장들이 붙어있기 때문에 가격을 속여 팔 수 없다"며 "몇군데만 다니면 가격이 뻔히 드러나는데 어떻게 속이겠냐"고 반문했다.

강 부장은 "오토바이 초보자라면 배기량이 작은 오토바이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며 "매장을 찾으면 소비자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오토바이를 추천해 준다"고 덧붙였다.

충무로에서 가장 오랫동안 오토바이 판매를 해온 황원대 배오토바이 대표 역시 "용도와 목적에 맞게 오토바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초보용인지 출퇴근용인지 전문가용인지를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황 대표는 "소비자가 찾아오면 경력부터 물어 본다"며 "대형바이크로 바꿔 탈 때 자문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 겨울 극심한 추위 때문인지 오토바이거리는 한산하기만 했다. 오토바이 라이딩은 날씨와도 연관이 있는데, 특히 올 겨울에는 계속된 한파로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 통상 3월부터는 그나마 사정이 나아진다. 충무로의 오토바이 상인들이 하루 빨리 봄이 오기를 바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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