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감시' 속에 졸업식 진풍경

머니투데이 뉴시스  | 2011.02.07 15:10
축제의 장이 돼야 할 졸업식장에서 교사와 경찰관이 감시를 해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대전 모여고는 8일 거행되는 졸업식을 하루 앞둔 7일 학부모 휴대전화로 긴급 문자메시지를 전달했다.

문자메시지 내용은 ▲8일 졸업식 때 교복, 두발(파마·염색) 불량시 입장제재 ▲밀가루 등 소지자는 강당 입구에서 경찰 합동단속 실시, 덧버선 착용할 것 ▲졸업식 후 교복물려주기 행사 등이다.

최근 몇 년동안 졸업식장에서 밀가루와 계란 세례를 퍼붓고 교복을 찢거나 페인트를 몸에 붓는가 하면 심지어 교복을 벗어던지고 알몸시위를 벌이는 등의 각종 추태가 벌어지면서 고육지책으로 교사와 경찰이 합동 단속에 나서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전지방경찰청도 이날 폭력적인 졸업식과 뒤풀이 예방을 위해 학교 내는 물론 주변에 대한 순찰활동을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교육청, 각급 학교, 유관단체 등과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경찰병력을 최대한 동원해 예방활동에 나선다.

교육청과 경찰에 따르면 대전지역 졸업식은 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 중학교 86개교 중 82개교(95%), 고등하교 60개교 중 59개교(98%)에서 실시된다.

경찰은 졸업식 과정에서 문제가 예상되는 고위험군 학교 26개교를 선정해 집중 관리키로 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졸업식장은 엄숙하면서도 축제의 장이 됐으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난장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교육청과 학교 측은 졸업식장의 이 같은 추태를 없애기 위해 졸업생들이 반별로 소풍을 가거나 조용히 교실에서 담임교사와 조촐한 졸업식을 갖는 등 다양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아직도 추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어 결국 경찰 감시 속에 졸업식을 거행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대전시교육청도 각급 학교에 졸업식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치르도록 특별지침을 내리고 학교별로도 학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로 협조를 당부하는 등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졸업식장에서 밀가루 세례, 누드 페인팅, 알몸 시위 등이 사라지지 않을 경우에는 경찰병력이 교내에 투입돼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졸업식을 가져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 모 고교 3학년 담임교사는 "졸업식은 사제간에 정들었던 시간을 회상하면서 졸업생들의 장래를 축복해주는 자리가 돼야 하는 데 언제부터인가 추태의 장으로 변질돼 교사로서 회의감마저 든다"며 "오죽하면 졸업식장에 경찰을 배치하고 교사들이 졸업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들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현 교육의 탓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1차적으로 부모들이 가정에서 잘못 교육시킨 탓"이라며 "졸업식장에서의 각종 추태에 대해 교사와 경찰이 나서기 전에 부모들이 적극 나서서 만류하고 엄하게 꾸짖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졸업식이 있는 학교 주변에 형사기동대, 방범순찰대, 기동대 등 경찰병력을 동원해 집중 예방 순찰활동을 벌이면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형사처벌 등 엄정 대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베스트 클릭

  1. 1 김호중 팬클럽 기부금 거절당했다…"곤혹스러워, 50만원 반환"
  2. 2 '공황 탓 뺑소니' 김호중…두달전 "야한 생각으로 공황장애 극복"
  3. 3 "술집 갔지만 술 안 마셨다"는 김호중… 김상혁·권상우·지나 '재조명'
  4. 4 '보물이 와르르' 서울 한복판서 감탄…400살 건물 뜯어보니[르포]
  5. 5 "한국에선 스킨 다음에 이거 바른대"…아마존서 불티난 '한국 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