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집트 카이로, 80년 '서울의 봄' 데자뷰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11.02.06 16:38

힐러리, 술레이만 주도 신속한 정치 개혁 지지… 시위대 조직력 약화돼 소강 국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정권의 퇴진을 요구해온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가 전환점을 맞았다.

미국이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사진)을 과도기 이집트를 이끌 핵심인물로 지목하고 시위대의 주축인 무슬림형제단(MB)도 그와의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혀 2주 가까이 지속된 사태에 중대 변화가 예상된다.

무바라크의 측근인 전임 정보국장으로서 군부의 신뢰를 받는 술레이만 부통령은 미국 등 서방세계가 가장 선호할 수 있는 카드라는 점에서 일찍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30년 집권동안 강력한 후원자이자 파트너였던 무바라크의 안전 퇴로를 보장하는 동시에 중동 지역의 안정을 보장할 정정불안 수습의 최적임자로 꼽혔다.

이에 앞서 무바라크 대통령은 자신이 총재인 집권 국민민주당(NDP) 지도부의 총사퇴를 결의해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났다.

◇美, 술레이만 '낙점'.. 안정 최우선=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제47차 국제안보회의에서 이집트가 새로운 정치 체제로 질서 있게 이행되기를 바란다며 평화적 권력이양을 위해 술레이만 주도의 체제 개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권력이양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와 과정이 필요하다며 술레이만 부통령이 오는 9월 대선 전까지 이같은 로드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정부 고위 인사가 이집트 정치 개혁의 주도자로 술레이만 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정치 일정에 따라 '안정적'으로 퇴진하고 대선 전까지 술레이만 부통령이 야권세력과의 협상을 통해 주도적으로 체제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즉 시위대의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동시에 '친미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집트 관영 알아흐람 보도에 따르면 술레이만 부통령은 곧 개헌 준비 위원회 위원 25명을 임명할 계획이다. 개헌을 통한 대선 일정을 마련하고 야당이 포함된 거국 내각을 꾸려 정국 안정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무슬림형제단, 술레이만과 대화=이번 시위를 이끌며 야권 중심세력으로 떠오른 무슬림 형제단은 그동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전까지는 모든 대화를 거부하겠다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술레이만 부통령과 위기 종식을 위한 대화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알자지라방송은 무슬림 형제단이 정부와 대화 방침을 밝힌 것은 이집트 정국의 교착상태를 끝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의 지지를 얻은 술레이만 부통령은 야권과의 대화 채널을 복원함으로써 정국의 중심에 자리하게 됐다.

무바라크 정권의 유화적인 태도도 사태 변화의 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알아라비야TV 보도에 따르면 무바라크 대통령은 NDP 당수직을 사임했으며 '대권 승계' 의혹을 받던 아들 가말 무바라크 NDP 정책위원회 의장도 당직에서 물러나는 등 무바라크 대통령의 측근들로 이뤄진 NDP 지도부가 총사퇴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정국 안정을 겨냥해 이집트 저명 물리학자인 호삼 바드라위를 신임 사무총장으로 기용했다. 여당 내에서 자유주의적 상향의 소유자인 바드라위는 야권과 친화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는 소강국면..은행도 영업 재개, 통금 단축= 정부와 시위대 주축간에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2주째 이어진 시위도 점차 동력을 잃고 있는 양상이다. 또 치안도 안정세를 되찾으며 은행, 상가 등도 점차 정상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시간이 오래 흐르면서 시위대들이 배고픔과 부상을 호소하는 등 조직력이 약화돼 시위 동력이 떨어져 앞으로 사태 추이의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집트 군이 타히르 광장에서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시위대 사이를 갈라놓으면서 충돌이 잦아들었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텐트에서 쉬는 시위대들이 늘어 타히르 광장은 광대한 텐트촌이 됐다.

그동안 문을 닫아걸었던 은행 영업도 재개됐다. 이집트 중앙은행은 6일부터 전국 200여 은행의 문을 다시 열 것이라고 밝혔다. 현금 인출 사태에 대비해 군 수송기를 이용, 8억5000만 달러의 현금을 전국 은행에 공급키로 했다.

증시도 이번 주 내 재개장한다. 아울러 야간 통행금지 시간도 종전의 오후5시∼오전7시에서 오후7시~오전6시로 단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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