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파시면…제 주식은 어떡하나요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 2011.02.07 07:21

[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 알앤엘바이오 주가폭락 반복

'사장님'이 자기회사 주식을 파는 속사정은 다양합니다.
지분을 담보로 맡겼다가 자신도 모르게 팔려나가는 경우도 있고, 증자자금이 없어서 주식을 팔아야 하는 '딱한' 형편의 사장님도 있습니다. 내 몫만 챙기겠다고 주식을 먼저 팔고 아예 회사에서 손 터는 사장님도 있습니다.
경위야 어떻든 경영자가 주식을 판다면 시장에선 이를 '위기'로 인식하는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때론 투자자에게 장기적으로 주가상승의 과실을 노릴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알앤엘바이오는 얼마전 최대주주인 라정찬 대표이사가 주식을 매도하면서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지난 2009년부터 수차례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라정찬 알앤앨바이오 대표이사.
라 대표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주식 200만주(2.61%)를 장내매도했고, 줄기세포 시술과 관련해 보건당국의 조사를 받은 지난해 12월에도 약 156만주를 장내에서 팔았습니다. 2009년 9월에도 신주인수권 행사 후 지분을 장내에서 매도했고, 지난해 4월에는 장내매수로 지분율을 늘리기도 했습니다.

회사 측은 회사 영업환경이 악화되자 라 대표가 주식을 팔아 회사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라 대표가 주식을 판돈으로 신주인수권 대금을 회사에 납입하고 회사는 약 40억원을 운영자금으로 쓴다는 얘기죠.

하지만 대표의 주식 매각으로 주가 하락폭이 더 커져 주주들의 불만이 컸습니다. 라 대표가 행사할 것으로 알려진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은 958원으로 여전히 시가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라 대표는 2000원대에 지분을 매각해 958원의 신주를 받고 회사는 신주대금을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주주들은 주가폭락으로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대주주의 주식담보계약이 전체 주주들에게 커다란 '리스크'가 되기도 합니다.
알티전자는 최근 김문영 대표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대매매'를 당하면서 몸살을 앓았습니다. 11월초만해도 5000원을 웃돌던 주가는 3개월만에 반토막 아래도 떨어졌습니다.

김 사장은 국민은행 등 은행권에 돈을 빌리면서 자회사 주식과 함께 자신이 보유한 알티전자 지분을 담보로 맡겼는데, 알티솔라 등 자회사 사업이 부진하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담보로 잡혔던 주식이 팔려나간 거죠.


당장 김 대표가 주가폭락에 대해 "대주주인 나의 주식이 반대매매로 나온 것일 뿐 알티전자와 알티반도체의 사업은 문제가 없다"고 밝히자 주가는 크게 반등했습니다. 주식을 판 건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고, 나중에 지분을 다시 사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시장에서 주가반등으로 화답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주면 김 대표의 지분이 얼마나 반대매매로 팔려나갔는지 공시되겠지만, 아직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최근 드러난 건 국민은행 뿐이지만,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김문영 대표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대신증권, 한국증권금융, 스타상호저축은행, 한국오므론제어기기 등 7개 기관에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담보주식 수는 약 590만주로 거의 대부분을 담보로 맡긴 상태입니다.

조금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에스엔유의 대표이사가 주식을 매도하면서 주가가 20%가까이 빠졌습니다. 당시 박 사장 측이 밝힌 매도이유는 주주배정유상증자 참여. 서울대 학내 벤처로 출발한 이 회사의 창업자이자 서울대 공대교수인 박희재 대표이사는 '가진게 주식밖에 없다'며 주식을 매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로부터 약 4개월반 후. 에스엔유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총 294억원을 투자키로 하면서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삼성 투자 발표 이후에도 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며 2011년 2월1일 2만1800원까지 올랐습니다.

박 사장의 경영철학과 수완을 믿고 주식을 계속 들고 있었더라면 6개월만에 80%넘는 주가 상승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저점에 더 주식을 샀더라면 최대 142%의 수익률을 거뒀을 겁니다.

이처럼 사장님의 지분매각 여파는 그 목적과 규모에 따라 양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회사와 운명을 같이 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 회사를 위해 다른 주주들의 희생을 강요한 선택이었는지를 구분해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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