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정치권 불신 뚜렷…국회 정상화 난항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11.02.01 12:25
이명박 대통령은 설 연휴를 앞두고 전국에 방송된 좌담회에서 정치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또 예산안 단독 처리에 대한 야당의 사과 요구를 거부해 국회 정상화 과정이 난항을 겪을 것을 보인다.

이 대통령은 1일 KBS, MBC, SBS, YTN, MBN, KTV, 아리랑TV 등으로 생방송된 '대통령과의 대화-2011년 대한민국은'에서 얼어붙은 여야 관계를 녹일 비책을 묻는 사회자의 말에 "여야가 먼저 소통하고, 대통령은 그다음 차원"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여야 대표가 만나서 얘기를 해야 하는데 걸핏하면 '청와대', '대통령' 이런다"며 "조그만 것도 대통령 사과하라 그런다"고 덧붙였다. 야당이 2월 임시국회 참여 조건으로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일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특히 "정부에서는 예산안을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예산안 단독 처리 이후 국회 파행에 대한 책임을 부인했다.

이 대통령은 "예산이 법정기일에 통과된 것은 박정희, 전두환 때에만 몇 번 있었다. 민주 시대 때는 통과 안되고 독재시대에 몇 번 있었다"며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효율성을 지나치게 추구해 정치권과의 대화나 국민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대적 변화'를 이유로 들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치가 독재 정권을 반대한다든지, 민주주의를 반대한다든지 이런 것으로만 이어왔다"며 "나 자신이 대통령이 된 이후 바뀌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개헌 필요성을 언급할 때도 '(선거구제 때문에) 정치가 오히려 지역감정 유발시킨다는 생각을 갖는다"며 정치권에 문제의식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여당 내에서 일고 있는 당·청관계 재정립 요구에 대해서도 "그런 것에 너무 좌우돼 일을 해서는 안된다"며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정치권에서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정치에서 여러 형태 얘기 나오니까 한사람이 하는 것을 다 평가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즉각 이 대통령의 발언을 혹평했다.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은 "'조그마한 것 하나까지 대통령에게 사과하라고 한다'는 말에서 국민들은 이 대통령이 얼마나 두텁고 높은 벽 속에 갇혀 있는지를 실감했다"며 "끝까지 자신만이 옳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주장했다.

차영 대변인은 "청와대가 기획, 제작한 설 연휴를 망치는 정치 광고였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여야 영수회담 계획을 언급해 국회 정상화를 위한 청와대와 정치권의 '통큰' 결단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여야 영수회담 계획에 대한 질문에 "설 쇠고 한번 만나겠죠"라고 말했다. 또 "손학규 대표와도 한나라당에서 오래 있었다"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허심탄회하게 국회 정상화를 논의할 마음을 갖고 있다면 영수회담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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