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진출, 코카콜라·닛산·HP 등 글로벌 기업 피해 속출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11.02.01 11:07

치안불안에 기업 영업중단 공장폐쇄, 재개 시기 불투명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이집트에서는 상점 약탈 등의 소요사태가 벌어져 현지에 진출한 해외기업들이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와 소요사태가 1주일째 이어지며 이집트에 진출한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최대 150명의 사망자를 낸 반정부시위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정부개편을 단행한 29일 이후 더이상 폭력적 양상으로 번지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치안부재를 틈탄 약탈과 소요는 계속되면서 소매, 유통, 제조, 해운, 여행, 에너지, 금융 등 거의 모든 산업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다.

특히 이집트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 차질 외에 직원 대피 계획을 짜는 등 사실상 정상 영업은 포기한 상태이다.

◇거리의 기업들, 약탈 우려에 점포 폐쇄=우선 거리에서 영업을 하는 소매·유통 업체들은 대부분 상점의 문을 닫았다. 시위에 이은 약탈 사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지 매장이 방화와 약탈을 당한 세계 3위 유통업체 메트로AG는 본사 파견 직원들과 그 가족들을 이집트에서 철수시키고 매장 문을 닫았다. 에크하르트 코르데스 최고경영자(CEO)는 "상황이 더 불안해질 것 같아 직원 철수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거리의 모든 은행들도 문을 걸어 잠갔다. 상점들과 같이 피해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집트 중앙은행조차 영업중단을 권고했다. 그리스 은행 피레우스는 48개 지점 중 일부에서 건물이 훼손되고 컴퓨터 등 집기를 도난당하는 등 약탈 피해를 입었다.

100개 지점에서 직원 2100명이 근무 중인 HSBC는 지점 폐쇄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브렌던 맥나마라 대변인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며 "직원과 고객 보호 조치도 곧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영국계 은행 바클레이도 65개 지점을 폐쇄했으며 UBS도 오는 2일부터 일시적으로 지점을 폐쇄할 계획이다.

◇제조업, 생산 중단 또는 감산 돌입=자동차 등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생산을 일시 중단하거나 감산에 돌입했다. 시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몰라 재개 시기도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 2009년 현지에서 자동차 1만대를 생산한 닛산은 30일부터 1주일 예정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직원들도 수도 카이로 외곽의 호텔에 머물게 했다.

또 제너럴모터스(GM)은 이미 사흘째 생산을 중단한 상태며 다임러는 합작회사에서의 메르세데스-벤츠 생산을 중단했다. 폭스바겐은 당분간 이집트에 수출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세계 최대 시멘트 생산업체인 프랑스의 라파즈와 네덜란드 화학회사 아크조노벨도 생산을 중단했으며 노르웨이 최대 석유회사 스타토일은 시추 작업을 최소 수준으로 줄였다. BP와 로열더치셸 등 다른 에너지 업체들도 작업을 중단하고 있다.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생산업체 시스코도 카이로 사무소를 폐쇄하면서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영국계 다국적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도 사무실과 공장 문을 닫았다.

코카콜라는 31일 카이로 사무소를 폐쇄하면서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사업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휴렛팩커드(HP)는 현지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이집트가 북아프리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하이네켄은 생산 재개 시점을 정해두지 못한 채 전세기를 통해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하이네켄의 현지 매출은 1억6000만 유로다.

◇하늘길, 뱃길도 막혀=이집트 경제의 젖줄인 수에즈 운하는 아직 개통되고 있지만 현지의 항구들은 거의 모두 폐쇄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수출입 업체들과 물류 업체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시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에 따르면 해운사들의 물동량 운송도 일시 중단됐다. 머스크라인과 샤프마린, 담코 등이 운항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 해운업 관계자는 "통신과 교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의 첫번째 조건은 안전"이라며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하늘길도 막혔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이집트 직항 항로를 운영하는 델타항공은 지난 28일부터 뉴욕-카이로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

또 TUI트래블, 아폴로, 쿠오니 등 여행사들은 이집트 여행 예약 접수를 받지 않고 있으며 이미 이집트로 여행을 떠난 고객들은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있다. 아폴로는 오는 23일까지의 이집트 여행 상품을 모두 취소했으며 현재 여행 중인 고객 2000명을 조만간 귀국시킬 계획이다.

한편 TUI와 토머스쿡 등 유럽 양대 여행사의 주가는 31일 런던 증시에서 각각 2.6%, 3.1% 하락했다.

인구 8000만명인 이집트는 중동 최대 인구 국가이다. 북 아프리카에 위치한 지역적 특성으로 아프리카의 관문이자 유럽 시장 진출의 거점으로도 통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유럽 인건비 상승으로 이집트가 모로코와 함께 유럽 기업들의 생산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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