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물가 오름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공급에 애로를 겪는 돼지고기·쇠고기값은 한달 전과 비교할 때 무려 70% 치솟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겹살은 품귀현상까지 보이고 천정부지의 백화점 정육선물세트도 여전히 인기 속에 팔린다고 한다.
정부 발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것일까. 구제역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고 정부가 아무리 얘기해도 축산물 수요가 급감하던 예전과 다소 달라진 양상을 오히려 불행 중 다행으로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설 대목을 겨냥한 상인들의 출하시기 조절, 나아가 매점매석은 없었으면 한다. 문득 연암 박지원이 쓴 '허생전'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허생은 만 냥을 입수하자…바로 안성으로 내려갔다. 안성은 경기도, 충청도 사람들이 마주치는 곳이요, 삼남(三南)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대추, 밤, 감, 배, 석류, 귤, 유자 등 과일을 모조리 2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허생이 과일을 몽땅 싹쓸이했기 때문에 온 나라가 잔치나 제사를 못 지낼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가서, 허생에게 2배의 값으로 과일을 팔았던 상인들이 도리어 10배의 값을 주고 사가게 되었다…."
흔히 `허생전돴을 매점매석을 통한 치부의 예를 소개한 것으로 보지만 연암은 독점가격구조를 설명하면서 그 폐해를 당시 지도층 양반에게 경고하려 했던 것이다. 조선 후기 세도정치로 국정을 농단하던 양반세력과 결탁한 상인들은 주로 쌀과 소금을 매점매석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쌀이나 소금 같은 생필품은 그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비탄력적이어서 독점, 매점매석에 의한 피해가 매우 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백성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주로 양반들이 읽으라고 한문으로 쓴 '허생전'에서 연암은 굳이 치부 수단으로 매점매석을 선택하겠다면 일반백성이 고통을 받는 생필품이 아닌 당시 그 소비가 양반에게 집중돼 있던 과일이나 말총과 같은 품목을 선택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쉽게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연암이 양반 소셜네트워크에 "장난을 치려면 소위 노블레스 너희들끼리 쳐라, 이 세금과 병역도 부담 않는 족속들아"라는 글을 올렸다고 할까. 참으로 '허생전'은 요즘 경쟁법(競爭法) 교과서로 사용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명저가 아닐 수 없다.
축산물 공급 부족 상황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25%인 수입 돼지고기의 관세를 6월까지 한시적으로 철폐하겠다고 하고 상인들의 매점매석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생각이 다시 '통큰 치킨'으로 옮겨간다. 한 대형마트가 치킨 1마리를 단돈 5000원에 팔아 서민 소비자들의 폭발적 반응을 불러왔으나 생존에 위협을 느낀 치킨 자영업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1주일 만에 끝나버린 사건 말이다.
대형마트들이 설 명절 직후까지 한시적으로 '통큰 삼겹살'을 팔면 어떨까? 미끼상품이 아닌 명절 때 이웃끼리 서로 음식을 나누던 우리의 미풍양속 차원에서 말이다. 지금이야말로 대형마트들이 '통큰' 명성을 얻을 때가 아닌가.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