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뭉칫돈 이탈…기관 증시탈출 신호탄?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 2011.01.24 10:00

20일 4046억 순유출 역대최고...대우채 관련펀드 환매등 일시현상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투자하는 사모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하루 40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외국인 자금이탈로 코스피 2100선이 깨진 가운데 주요 투자주체인 기관투자가들마저 펀드에서 발을 빼자 증시조정이 예상보다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5877억원이 순유출됐다. 이는 금투협이 통계를 시작한 지난 2006년 5월말 이후 세 번째로 큰 규모다.

가장 많은 자금이 순유출된 것은 지난 2006년 12월21일로 9232억원이 빠져나갔고, 이어 지난 2010년 7월15일 6555억원이 이탈했다.

자금은 주로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하는 사모펀드에서 빠져나갔다. 이날 공모펀드에서는 1831억원, 사모펀드에서는 역대 최고치인 4046억원의 뭉칫돈이 순유출됐다.

운용사별로는 산은자산운용의 사모펀드에서 3244억원이 이탈했고, 삼성자산운용에서도 724억원이 빠져나갔다.

올 들어 공모펀드는 물론 사모펀드에서도 자금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사모펀드에서는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단 이틀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 기간 순유출된 자금만 5994억원에 달한다.


투신권이 코스피 2000선 돌파에도 불구 좀처럼 주식을 사들이지 못하고 '팔자'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공모펀드에 이어 사모펀드까지 환매에 가세했기 때문이다. 투신권은 연초이후 1조4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내다팔았다.

한 펀드연구원은 "공, 사모 구분없이 펀드 환매가 이어지면서 투신권이 유동성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며 "현 추세라면 당분간 투신권이 매수주체로 떠오르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사모펀드의 자금이탈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기관투자가들의 증시이탈보다는 설 연휴를 앞두고 유동성 확보를 위한 단기적인 차익실현성 환매라는 설명이다.

권혁성 산은자산운용 이사는 "20일 사모펀드에서 나간 자금은 옛 대우채 사태와 관련해 출자전환 받은 대우인터내셔널 주식이 포스코 매각으로 유동화되면서 수익자들이 찾아간 것"이라며 "최근 증시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 고위관계자는 "일부 기관들이 설 연휴 전에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모펀드를 환매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자금들은 설 연휴이후 다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펀드연구원도 "인플레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기관들이 최근 조정을 증시 전환점으로 인식하는 것 같지 않다"며 "오히려 조정을 기다리는 자금들이 많아 1900~2000선까지 떨어지면 더 많은 자금들이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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