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도 인플레 꿈틀, 채권시장 약세 뚜렷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11.01.24 07:06

美·유럽, 인플레 조짐 관측…경기회복 전망 속 금리인상 가능성에 국채 약세 가속화


세계적인 투자의 '그루(Guru)'들이 채권 투자를 비관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은 경제가 빠르게 반등한 이머징마켓에서는 이미 '구문'이다. 문제는 경기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딘 미국 등 선진국에서조차 최근 들어 물가 압력이 높아지는 조짐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한 경기 진단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원가 상승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5% 상승하며 예상치를 웃돌았고 1월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 내 가격 지수는 54.3으로 지난달 47.9에 비해 크게 오르며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금융회사 노던트러스트는 전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가 향후 6개월 안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고 53%는 이번 분기에 전세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꿈틀거리면서 지난주 미국 국채 2년물과 30년물의 수익률 스프레드는 400bp를 넘어서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장기 국채 수요가 급감하며 장단기 스프레드 차이가 커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난주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경기 회복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전망 속에서 0.08%포인트 오른 3.41%를 나타내며 6주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1월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 내에서 가격 지수가 급등한 것으로 확인된 날 미국 국채 3년물 수익률은 4.63%까지 올라 지난해 4월1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국채에 대한 투자 매력이 줄어들고 있는 양상은 최근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토탈리턴 펀드는 미국 국채 투자 비중을 2년래 최저수준으로 줄였다.

2410억 규모 토털리턴 펀드의 미국채 투자비중은 지난해 12월 22%로 떨어졌으며 이는 미 국채 투자비중이 15%였던 2009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며 지난해 11월에 비해서도 8%포인트 낮은 것이다.

또 지난해 11월 현재 중국의 미 국채 보유비중도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이 시기 중국은 미 재무부 발행 국채를 211억 달러나 줄여 가격 하락을 촉발시켰다. 당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02%포인트 올라 7개월래 최고치인 3.568%를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가장 심각하다. 영국의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은 3.7%로 전달의 3.3%보다 더 확대되며 영란은행(BOE)의 목표치 2%를 두 배 가까이 넘어섰다. 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 목표치를 상당한 기간 동안 목표치를 크게 웃돌자 영국에서는 수개월안에 기준금리가 0.5%포인트 가량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조되며 영국 국채는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지난주 영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8개월만에 최고점까지 치솟으며 3주 연속 가격 하락세를 이어갔다.

크리스 워커 UBS 투자전략가는 "자산시장이 금리 인상을 대비하고 있다"며 "영란은행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계속 상회하도록 내버려둬 신뢰를 더 잃어버리는 것보다 인플레이션을 잡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최대의 경제국인 독일도 지난달 제조업 물가가 2년래 최대폭으로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 조짐이 심상치 않다. 경기 회복 신호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해지면서 지난해 9월에 2.15% 수준이었던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최근 3.25%까지 올랐다. 독일 전문가들은 10년물 수익률이 3.75% 넘으면 우려할만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유로존 전체적으로도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이 2.2%로 목표치 2%를 벗어난 상태다. 전문가들은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이 두 달 안에 2.5%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도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ECB는 지난 20일 발행한 간행물에서 "최근 경향은 식품가격 상승 압력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인플레이션 흐름에 근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왕 빌 그로스는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최근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유가와 식료품 가격 상승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일각의 시각에 일침을 가했다.

그로스는 "유가나 식료품 가격이 역사적인 평균 수준으로 내려올 것이라고 믿는다면 아마 화성인일 것"이라며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의 성장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유가는 물론 식료품 가격이 역사적 평균 수준으로 회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머징마켓 사람들이 쌀과 콩, 옥수수를 주로 먹다가 점점 더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등 육류 소비를 늘리고 있다"며 "역사적 평균으로의 가격 회귀를 가정한다면 이머징마켓을 완전히 잘못 진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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