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조정은 시작됐다. 폭이 문제일 뿐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11.01.21 08:51
뉴욕 증시가 20일(현지시간) 이틀 연속 약세를 보였다. 전날보다 낙폭은 줄었다. 하지만 이미 증시는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조정은 얕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매도의 핑계는 중국이었다. 중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9.8%로 예상을 뛰어넘자 경기 과열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중국 정부가 긴축의 강도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으로 이어졌다.

20일 중국 증시가 예상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며 상하이 종합지수가 2.92% 급락한 영향이 유럽과 미국 증시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날 상하이 종합지수의 종가는 2677.65로 4개월래 최저였다.

바로 직전에 브라질이 6개월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것도 투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폭우로 인한 피해와 국제 원자재가 상승에 따라 금리를 10.75%에서 11.25%로 올린다고 밝혔다.

◆32개 주요국 가운데 29개국, 조만간 금리 인상 전망

밀러 타박의 주식 전략가인 피터 북크바르는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반응이 오늘 증시를 약세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즈 캐피탈의 이사인 배리 냅도 “중국에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시장의 걱정”이라며 “중국 정부는 추가 긴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ING투자관리의 자산배분 대표인 폴 젬크시는 “중국은 전세계 경기 회복과 확장에 매우 중요한 국가”라며 “중국의 성장세가 완만해지고 인플레이션이 뚜렷하게 둔화되기 전까지는 중국 긴축 우려가 계속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엘 세군도의 시장 전략가인 브라이언 젠드류는 “경기 회복 초기 단계에서 중간 단계로 이동하면 중앙은행들이 경기 과열을 우려해 긴축에 나서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JP모간은 분석 대상인 32개 중앙은행 가운데 28개가 곧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젠드류는 다만 "미국은 아직 경기회복 중간 단계까지 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긴축 우려가 하락 원인이었던 만큼 중국과 관련도가 높은 기업의 낙폭이 컸다. 중국에 11개 공장이 있는 중장비 제조업체인 캐터필러는 2.02% 떨어지며 다우지수 30개 종목 중 가장 큰 낙폭을 나타냈다. 캐터필러는 채굴 장비업체인 뷰사이러스 인수와 관련해 법무부가 추가 정보를 요구했다는 소식에도 타격을 입었다.

중국이 긴축에 나서면 원자재 수요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원자재 가격들이 하락했고 엑손모빌, 셰브론, 알코아 등 원자재 관련 업체들의 주가도 떨어졌다.

◆미국 고용시장 개선 뚜렷..인플레이션 조짐도 강화

반면 월마트와 홈디포 같은 소비재 관련 주식은 강세를 보였다. 이날 발표된 주간 실업수당 신청건수와 지난달 기존주택 매매건수가 예상보다 긍정적으로 나타나며 미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1월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의 경기지수는 예상을 밑돌았지만 지수 내 고용지표 개선이 뚜렷해 그리 부정적이지 않았다. 다만 지불된 가격 지수가 54.3으로 지난달 47.9에 비해 크게 오르며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도 앞으로 인플레이션 동향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고용사정이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는 뉴욕 증시의 전반적인 하락세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캔토 피츠제랄드의 미국 시장 전략가인 마크 파도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 차익 실현할 핑계거리를 찾고 있지만 미국의 경지지표가 긍정적이기 때문에 조정이 있더라도 얕고 짧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주 내내 약세를 면치 못했던 금융주도 이날은 모간스탠리의 호실적에 힘입어 대부분 반등했다. 모간스탠리가 4.5% 급등한 것을 비롯해 뱅크오브아메리카와 JP모간이 1% 이상 올랐다.

◆기술주 주도 차익실현 움직임

하지만 문제는 기술주이다. 이날 기술주 하락을 주도한 것은 네트워킹 기업인 F5네트웍스였다. F5네트웍스는 이날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하는 지난 분기 실적과 향후 실적 전망치를 제시했으나 20%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F5네트웍스 타격은 다른 클라우딩 컴퓨터 관련주로 확산됐다. 랙스페이스 호스팅이 10.9% 급락하고 블루 코스트 시스템즈가 5.9% 하락했다.

기술주 주도로 차익 실현 움직임이 뚜렷한 가운데 조정이 시작됐다는 의견이 많다. 캔터 피츠제랄드의 파도는 “진짜 조정인가? 그렇다. 우리는 조정에 들어섰다. 뉴스에 파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고 긍정적인 기업 실적이 오히려 하락 압력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IG마켓의 최고경영자(CEO)인 댄 쿡은 “약간의 차익실현이 나타나고 있지만 약세론이 주도권을 잡은 것은 아니다”라며 “상승추세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판단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쿡은 "미국 경기가 계속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 완화 조치가 빠른 시일 내에 바뀔 것 같지 않기 때문에 큰 폭의 조정은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정은 5% 남짓에서 그칠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10%까지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스타이펠 니콜라우스 캐피탈 마켓의 미국 주식 매매 이사인 톰 슈레이더는 “시장이 과매수 상태이기 때문에 고점 대비 8~10% 가량의 조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시장 전략가인 엘리엇 스파는 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지수가 10일 이동평균선을 깨고 내려왔다며 “쭉 떨어지진 않겠지만 조정 때 매수 세력이 시장에서 비켜서 있는 가운데 반등은 차익 실현의 기회로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나이트 에쿼티 마켓의 이사인 피터 케니는 “조정이 있어도 10%가 아니라 한달간 4%, 5% 수준일 것”이라며 “여전히 시장의 모멘텀은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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