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地籍)재조사는 '일제의 잔재' 바로 잡는 것"

머니투데이 대담=문성일 건설부동산부장 정리=이군호 기자, 사진=양동욱 기자 | 2011.01.21 10:21

[머투초대석]김영호 대한지적공사 사장

편집자주 | 땅지도, 즉 지적(地籍)은 토지소유자들에겐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내 땅임에도 지적도에서 빠지면 그만큼 손해를 보고 반대로 생각지도 않던 땅이 지적도에 포함되면 '눈먼 돈'을 버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지적을 놓고 토지소유주간 멱살잡이가 벌어지는 것은 물론 법정에까지 서기도 한다. 이처럼 지적 때문에 분쟁이 벌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지적이 일제에 의해 도입되면서 기준점조차 틀린데다 수작업으로 진행하면서 오차가 더욱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적이 바로잡히면 불필요한 토지소유주간 분쟁이 해소되고 정확한 공간정보를 확립할 수 있어 '지적재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은 상당히 오랜 기간 제기돼왔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영호 대한지적공사 사장(56, 사진)은 일제의 마지막 잔재인 '지적재조사'를 연내 확정하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영호 대한지적공사 사장 ⓒ사진=양동욱 기자

- 100년 만에 추진하는 '지적재조사'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100년 전 일본은 주인 없는 땅을 빼앗고 주인이 있는 땅에는 세금을 매기기 위해 우리나라에 지적제도를 들여왔습니다. 문제는 기준점을 잘못잡아 360m나 오차가 발생했고 켄트지에 연필로 작업하다보니 연필심 두께에 따라 굵기가 달라지면서 10㎝ 이상 원래 지적과 차이가 벌어졌습니다.

여기에 6·25전쟁 이후 타버린 지적도를 복원하면서 주먹구구식으로 지적도를 그리다보니 지적이 엉망이 됐습니다. 지적재조사는 일제의 잔재를 바로잡는 것은 물론 국민의 소유권이 걸린 민감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업입니다.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 당시 비용 대비 편익(BC)은 0.80로 높은 편이었지만 종합평가(AHP)는 통과기준 0.5에 한참 못미치는 0.363이었습니다. 3조원 넘는 사업비 때문에 점수가 낮아진 것이죠. 하지만 사업비를 2조2000억원으로 낮출 수 있고 항공측량과 병행해 인력, 사업기간, 비용 등을 절감하면 1조8424억원에도 사업이 가능합니다.

올해가 지적재조사 사업의 성패를 가름할 마지막 기회라 판단하고 현재 진행 중인 지적재조사 기반조성 연구용역을 앞당겨 상반기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도록 할 방침입니다.

또 정부 입법으로 추진되는 지적재조사 특별법안도 재조사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만큼 9월 정기국회 이전 통과를 목표로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의와 의견수렴 등을 계속 진행할 계획입니다.

- 지적과 같은 공간정보산업이 미래산업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공간정보산업은 최근 몇년 동안 연평균 40% 이상 급성장해왔고 앞으로도 빠른 시장확대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신성장 녹색산업입니다. 세계 공간정보시장 규모는 2008년 72조원에서 2015년 149조원으로 예상됩니다.

지적공사는 일반 포털업체나 지자체에서 사진이나 지형도만 제공하는 공간정보와 차별화되는 '지적공간정보'(3D 입체지적)를 구축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상레이저스캐너와 같은 첨단 측량장비를 이용하면 정확한 위치와 함께 가로·세로·높이 1㎜ 단위까지 정밀하게 측량할 수 있죠.

이 기술을 활용하면 명동성당이나 낙산사 같은 주요 문화재의 보존·관리는 물론 재난·침수지역 복구, 지상·지하공간 등의 이용·관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와는 지하철과 지하상가 등 지하공간을 대상으로 한 입체지적 기반조성사업을 수행했습니다. 공간정보산업의 수요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양동욱 기자

- 최근 해외사업 수주가 늘고 있는데요.
▶지적 수출은 2006년부터 추진해온 전략사업입니다. 70여년간 축적한 측량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모로코, 아제르바이잔, 자메이카 등지에서 측량, 토지등록, 연수교육, 컨설팅 등을 실시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아제르바이잔 토지등록시범사업(사업비 150만달러)을 완료해 최종성과품을 납품했고 지금은 자메이카 엘리자베스주 등 6개 주에서 500만달러 규모의 토지등록 시범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투르크메니스탄 바할리 지역에 대한 '토지등록 및 지적제도 현대화사업'(150만달러)도 지난 연말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계약해 2월에 직원을 현지로 파견할 계획입니다.

우즈베키스탄, 몽골, 네팔과도 토지등록 및 지적연수원 설립 지원 등 지적사업 협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곧 진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지적 수출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지적 수출은 2가지 면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사업다각화가 우선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미개발국가에 지적이라는 것을 전수해준다는 점에서 공사의 역할이 크다고 판단합니다. 지적은 자본주의의 기초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은 KOICA의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활용해 단발적으로 진행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극히 일부분만 지적해주는데 그쳤습니다. 앞으로는 프로젝트매니저(PM)를 보내 현지 인력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시스템을 개발해준 뒤 자연스럽게 등기제도를 확립하도록 돕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현재로서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유엔개발계획(UNDP) 등의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자메이카의 경우 자금조달을 위해 지적공부를 만들면 이를 담보로 측량비를 융자해주는 방안을 은행과 협의할 정도로 지적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미개발국가간 균형발전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대상 국가를 발굴해 해외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며 코트라, 해외건설업계와 협력해 동반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 스마트워크를 통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배경과 기대효과를 설명해주시죠.
▶3700여명의 직원 중 80% 이상이 현장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매일 하루 3번씩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측량을 하는데 업무환경이 매우 열악해 고향이 아닌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많고 이동시간도 많이 소요되는 등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번 앞서나가보자'는 생각에 태블릿PC를 활용한 스마트워크를 추진하게 됐습니다. 전직원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하기로 결정하기 전에는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공사가 태블릿PC까지 지급한다는 비난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런 것을 무서워할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은 스마트워크가 정착돼 태블릿PC를 이용해 회의를 하고 업무지시를 하고 마케팅도 하고 있습니다. 업무도 혁신하고 개인의 삶의 질도 높일 수 있어 비용 대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일정과 근태관리, 기준점 관리, 측량계산, 일일 업무지시, 모바일교육 등 오프라인으로 가능한 업무부터 시작하고 2단계로 웹메일, 전자결재,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등으로 업무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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