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에 깨진 우리-산업銀 PF밀월

더벨 길진홍 기자 | 2011.01.19 10:35

[thebell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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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전문건설업체인 동일토건과 우림건설. 이들 두 회사는 현재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다. 무분별한 주택 개발사업으로 인한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은행에 공동관리를 신청했다.

과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문제였다. 지난 2009년 워크아웃 신청 직전 우림건설 우발채무는 자기자본의 17배인 1조 5800억원에 달했다. 동일토건도 8000여억원의 보증채무를 끌어안고 있다.

여기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두 회사 모두 우리은행으로부터 대규모 PF대출을 일으켰다. 우리은행이 우림건설과 동일토건에 사업 초기 실행한 PF대출금은 약 9000억원(워크아웃 신청일 기준)에 이른다. 이는 두 업체의 우발채무 합계액의 절반을 약간 못 미치는 수치다.

우리은행이 이처럼 중견 건설사 신용 보강만으로 대규모 PF대출을 실행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우리은행은 산업은행과 손을 잡았다. 우리은행이 직접 자금을 대출하고, 산업은행이 보증을 제공한 뒤 서로 이자와 수수료 수익을 나눴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익스포저를 늘리지 않고 대규모 대출이 가능했다. 산업은행도 충당금 적립 부담 없이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서로 밑지지 않는 거래였다.

익스포저에 노출된 기관과 충당금 적립 은행의 불일치로 대출 규모가 점차 커졌고 수익도 그 만큼 불어났다.


그러나 한 때 영원할 것만 같았던 밀월관계는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주택시장 침체에 깨지고 만다. 미분양 적체로 곳곳에서 PF대출 연체가 발생했고 은행들은 고정이하여신 비율 관리에 비상이 걸린다.

우리은행은 우림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대출채권을 유동화법인(SPC)에 넘겼다. 고정이하여신 전환으로 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자 부실을 털어낸 것이다. 산업은행이 보증을 선 우림건설의 서울 상암동과 성남 상대원동 PF사업장 대출채권이 유동화법인을 거쳐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으로 발행됐다. 우리은행은 발을 뺏으나 산업은행은 여전히 대출채권 양수확약 의무를 지고 있다

우리은행이 동일토건에 실행한 대구 상동과 카자흐스탄 PF대출도 만기일 이후 모두 산업은행에 넘어갔다.

산업은행은 이 과정에서 감독당국의 권고로 충당금을 쌓았다.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익스포저가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밀월관계는 깨어졌으나 후유증은 남았다. 차입금 상환 능력을 상실한 건설사들은 자금난으로 워크아웃이 진행 중이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도운 비상식적인 대출 관행이 악성 PF 사업장을 낳고, 부실 건설사를 만든 것이다. PF대출의 보증자로 참여한 산업은행도 수천억원의 손실을 봤다.

만약 금융위기가 없었더라면 두 은행의 밀월관계는 언제까지 유지됐을까. 또 다른 부실을 키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건설사들이 숨이 넘어가던 아찔한 순간, 그 뒤에는 대형은행의 탐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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