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파녹인 강남 로또 당첨자들의 '열기'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 2011.01.17 15:27

강남·서초 보금자리 본청약 현장… 사전예약 당첨자 50%이상 첫날 신청 마쳐

↑서울 강남과 서초 보금자리주택 본청약 첫 날인 17일 강남 자곡동 '더그린' 홍보관 현장. 본청약은 사전예약 당첨자를 대상으로 진행돼 다소 여유러운 분위기다.
서울 강남·서초 보금자리 본청약이 시작된 17일.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위에도 강남 자곡동 '더그린' 홍보관에는 당첨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8일까지 실시되는 본청약은 2009년 10월 강남 A2단지와 서초 A2단지 사전예약 당첨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당첨자들은 청약의사를 밝히는 본청약을 거쳐야 입주자격을 얻게 된다.

◇엄동설한에도 먼 길 방문… 얼굴엔 '웃음꽃'
오전 9시. 홍보관 문이 열리자마자 10여명의 청약자들이 들어섰다. 이날 아침 자곡동 기온은 영하 17도. 서둘러 접수를 마치고 출근하려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개관 10분전 도착했다는 한 방문자는 "로또 아파트에 입주하는데 추위가 대수냐"며 입김을 불어 언손을 녹였다.

오후부터 기온이 오르면서 40대 주부, 노부부들이 방문했지만 크게 북적이진 않았다. 본청약은 당첨자 명단 확인을 거쳐 신청서와 구비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절차가 간단하고 특별한 자격박탈 사유가 없는 한 입주가 가능해 신청자들은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현장 신청자는 대부분 인터넷 이용이 어려운 60대 이상 고령자였다. 7살짜리 딸과 방문한 한 30대 주부는 남편이 출장가는 바람에 공인인증서를 사용할 수 없어 현장을 찾았다. 방문자 중 나이가 젊은 축에 속한 김강현(40·가명)씨는 3자녀 특별공급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직장 연차를 내고 방문했다.

그는 "광교, 동탄 민간분양에 청약을 했다가 수없이 떨어졌는데 셋째 아이가 막 태어났을 무렵 강남보금자리 공고가 났다"며 "서초 59㎡에 당첨됐는데 다들 막내가 복덩이라고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로또 당첨자들 사연 들어보니… 20년 이상 집없는 설움

신청자들이 한파에도 현장을 방문하는 이유는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신청서류를 보완할 수 있어서다. 또다른 이유는 현장 분위기를 느끼고 내집마련의 기쁨을 실감하기 위해서다.

'강남 로또아파트' 당첨자 대부분이 20년 이상 집없는 설움을 견딘 사람들이라는 점은 이를 말해준다. 서초 84㎡에 당첨된 주부 김현미(47·성수동)씨는 결혼후 20년간 전셋집에 살다 이번에 내집을 마련했다.

김씨는 "당첨통보를 받았지만 청약신청서를 내니 기분이 남다르다"며 "이사만 5~6번 다녔는데 이제 전세금, 이사걱정을 안하게 돼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송파구 거여아파트에 사는 이웃사촌 김창수(63)씨와 박순근(65)씨는 이번에 나란히 강남 보금자리 84㎡에 당첨돼 현장을 찾았다. 개인택시기사로 일하다 알게된 두 사람은 20년 동안 부은 청약통장으로 강남에 보금자리를 틀게 됐다.

김씨는 "줄 안서고 좋은 동·호수에 당첨되라고 일찍부터 왔다"며 "11년동안 임대아파트에 살다가 환갑이 돼서야 처음 내집을 장만하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보금자리 사전예약 당첨자 1336명 중 인터넷으로 560명, 현장방문 220명 등 780명이 본청약을 마쳤다. LH공사 관계자는 "첫날 당첨자 중 80%가 청약을 마칠 것으로 보여 내일은 한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2. 2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3. 3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4. 4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5. 5 BTS 키운 방시혁, 결국 '게임'에 손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