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신발 예찬론자의 증시 입성기

더벨 정준화 기자 | 2011.01.13 09:20

[IPO & CEO]안영환 ABC마트코리아 대표

더벨|이 기사는 01월11일(13:2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신발..사양산업 아닌가요?"
"신발 관련 사업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까요?"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ABC마트코리아의 안영환 대표이사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들이다. 그럴 때 마다 안 대표는 확신에 찬 어조로 이같이 답했다.

"우리는 신발을 매개로 한 유통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는 시장은 완전한 블루오션입니다." 신발을 생산해 수출하던 '매뉴팩처'의 시대는 90년대 초반 이미 저물었지만 여러 종류의 신발을 한 데 모아 판매하는 유통구조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라는 것이다.



연평균 50% 성장..슈즈 멀티숍은 새로운 유통 혁신

ABC마트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해외 유명 스포츠 브랜드와 닥터마틴, 허쉬파피 등 캐주얼 브랜드를 비롯해 총 40 여종에 달하는 신발을 모아 판매하는 멀티숍이다.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곳에서 비교해가며 쇼핑을 할 수 있으니 단일 브랜드에 비해 가진 장점이 많다.

20년이 넘는 세월을 신발과 함께 해온 안 대표는 기존의 유통방식에 길들여져 온 소비자들이 멀티숍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멀티숍이 전체 신발 매장의 80~90%를 차지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멀티숍 비중이 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 ABC마트코리아의 가파른 실적 상승세는 멀티숍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2년 설립된 ABC마트코리아는 연평균 성장률이 50%에 달한다. 2009년에는 연매출 1347억원을 기록하며 설립 7년만에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을 달성했고, 206억원의 영업이익도 올렸다. 2010년에도 1850억~1900억원 가량의 매출이 예상된다.



20년 신발 사랑..그리고 미키 회장과의 끈끈한 신뢰

'멀티숍'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안 대표는 20년 넘게 신발 관련 산업에서 외길을 걷고 있다.

대한민국 신발 산업의 메카였던 부산에서 지난 62년 태어났다. 87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선경(현 SK네크웍스)그룹에 입사하면서 신발과의 질긴 인연은 시작됐다. 이곳에서 신발 수출사업부에 배치받게 된다. 신발의 메카인 부산 출신이 신발 수출을 하다니, 우연일까.

80년대 말 일본 엔화 강세로 인해 일본이 수입국으로 변할 때 그는 일본 시장을 개척하는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이 때 만난 인연이 재일교포 2세인 미키 마사히로 ABC마트 회장. 지금은 일본에서 11번째 주식 부호로 거물급 인사가 됐지만 당시에는 30대 중반으로 매출 300억원짜리 중소기업 사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안 대표가 바라본 미키 회장은 보수적이고 축소지향적인 다른 거래처 사장들과 달리 외형을 넓히는 호연지기가 있었다. 미키 회장 역시 빈틈이 없으면서도 두둑한 배짱을 지닌 안 대표와 끈끈한 관계를 이어갔다.


1992년 안 대표가 해외지사 발령을 받았을 때 미키 회장은 선경의 고위 임원을 찾아가 안 대표가 아니면 거래를 끊겠다고 말한 것은 둘 사이의 돈독한 신뢰 관계를 나타내는 일화다.

이후 안 대표는 선경을 떠나 1992년 1000만원을 들여 삼영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신발 수출 업황이 급격히 꺾이던 시기였지만 일본 ABC마트를 든든한 주요 납품처로 확보한 삼영인터내셔널은 설립 5년만에 연간 500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리는 우량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몸집이 커진 삼영인터내셔널은 R&D를 전담하는 개별연구소로 전환했고 안 대표는 1997년 신발 중개회사인 메이슨인터내셔널을 세웠다. 이후 한국 진출을 꿈꿔왔던 미키 회장은 안 대표가 한국법인을 맡아주기를 수차례 제의했다. 안 대표는 고민 끝에 미키 회장의 제안을 수락하고 2002년 ABC마트코리아를 설립했다. 신발 수출에 주력하던 안 대표가 유통업으로 방향을 전환한 순간이었다.

ABC마트코리아의 지분은 일본 ABC마트가 51%, 안 대표와 메이슨인터내셔널이 49%를 나눠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은 철저하게 안 대표가 총괄한다. 안 대표는 상장 이후에도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현재의 구도를 유지해 나갈 생각이다.

상장 통해 도약한다

ABC마트코리아의 상장은 설립 때부터 미키 회장과 안 대표가 맺었던 약속이다. 사실 ABC마트코리아가 상장을 준비한 것은 지난 2007년. 당시 우리투자증권과 주관 계약을 맺고 2008년 10월 상장심사 청구를 할 예정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리먼 사태가 상장을 가로막았다.

3년이 지난 2011년 결국 상장을 하게 됐지만 안 대표는 당시 상장을 미룰 수 밖에 없었던 외부 환경이 못내 아쉽다. 그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매장을 늘렸다면 아마 지금보다 1000억원 정도의 매출이 늘지 않았을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ABC마트코리아 매장 하나를 여는데 드는 비용은 대략 20억원 정도. 설립 3년만인 2005년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100억원, 5억원으로 매장 하나 열기가 빠듯한 상황이었다. ABC마트코리아는 이번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의 대부분을 매장 확장에 사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ABC마트의 성장에 장벽이 됐던 유통망을 대거 확보해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두 자릿수 고마진 비결은 '100% 직영점'

ABC마트코리아는 대리점이 없다. 압구정동 1호점을 시작으로 국내 시장에 선을 보인 후 현재 70여개의 대형 직영매장을 운영 중이다. 대리점 없이 직영매장만을 운영하는만큼 마진율도 높다. ABC마트코리아의 지난 해 영업이익률은 17% 수준이다.

재고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일도 없다. ABC마트코리아의 경우 아울렛 매장이 여주 첼시 매장 한 곳에 불과하다. 보통 유통업체의 경우 재고 문제로 인해 아울렛 매장이전체 매장의 3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재고 관리가 그만큼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안 대표는 "창업을 시작하기 전 지인인 이범 에스콰이어 회장을 찾아갔을 때 제일 처음 던진 얘기가 '재고를 조심하라'였다"며 "100% 직영점만을 운영하다보니 지금까지는 재고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영점만으로 효율이 나는 한계점을 넘어서면 대리점을 운영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겠지만 아직까지는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전체 매출의 34% 가량을 차지하는 자체브랜드(PB) 반스(VANS), 호킨스(HAWKINS), 누오보(NUOVO), 스테파노로시(STEFANOROSSI) 등의 경쟁력도 ABC마트의 강점이다.

안 대표는 상장 후 인터넷 판매 사업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해 ABC마트코리아의 인터넷 판매는 약 100억원. 올해는 200억원 가량의 매출을 목표로 세웠다. ABC마트코리아는 목표 달성을 위해 창고와 물류시스템을 지금 수준(495㎡, 150평)보다 5배 가량 확장할 계획이다. 물류시스템이 갖춰지면 2000억원까지 판매가 가능해진다.

그는 "'신발'하면 사양 산업이고, 수익을 내기 힘든 재미없는 아이템이라는 선입견이 많다"며 "하지만 우리는 신발을 매개로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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