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중국 '지르기'에 엘켐 인수 검토 중단"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 2011.01.11 14:33

中 란싱그룹, 26억달러에 엘켐 인수 최종협상

포스코가 인수를 추진했던 노르웨이 엘켐(Elkem)사가 중국 최대 실리콘업체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기업의 비상식적인 '가격 지르기'에 전세계 금속실리콘 생산의 15%를 차지하는 회사를 놓치는 셈이다.

11일 노르웨이 현지 언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엘켐의 모회사 오클라(Orkla)는 최근 중국 란싱그룹에 엘켐을 매각키로 결정, 협상의 최종 단계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번 인수전에는 중국 란싱그룹 외에 포스코와 미국 글로브 스페셜티 메탈(U.S. Globe Specialty Metals)이 참여했다.

중국 란싱그룹은 인수 가격에서 나머지 두 후보를 압도했다. 포스코와 글로브가 약 12억~14억 달러를 제시한 반면 란싱은 이들의 두 배에 달하는 25억 달러 가량을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엘켐의 적정 가격은 10억 달러 안팎으로 평가됐다.

엘켐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란싱이 제안한 가격이 포스코나 글로브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었다면 아마 인수에 실패했을 것"이라며 "가격 차이가 워낙 커 오클라 입장에서도 란싱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란싱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꼽힌다. 우선 태양광 산업을 국가 과제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 핵심 소재와 생산기술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실리콘의 원료인 규소를 순도가 높은 실리콘으로 뽑아내 금속실리콘과 폴리실리콘으로 대량 생산하는 기술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중국은 핵심기술을 확보한 선진국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실리콘 원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곧 뒤늦게 엘켐 인수전에 참여, 공격적으로 협상에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노벨 평화상도 중국측에 막판 제안가격을 높이도록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11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중국의 반체제 민주화운동가인 류샤오보를 선정, 양국 정부가 갈등 관계에 놓이자 란싱의 엘켐 인수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관계자는 "엘켐이 지난해 12월 란싱과 협상을 마치려고 했으나 노벨평화상 문제로 지연됐다"면서 "이에 다급해진 란싱이 인수 가격을 대폭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글로브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론 경쟁이 무의미하다고 판단,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제철은 물론 알루미늄 합금철 생산에 쓰이는 금속실리콘을 확보하고 소재사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엘켐 인수를 결정했었다. 특히 앞으로 태양전지 제조에 필요한 폴리실리콘 생산을 염두에 두고 엘켐의 기술을 활용해 이 사업에 보다 용이하게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엘켐 인수에 실패하면 폴리실리콘사업 전략에 일부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

엘켐이 중국 란싱에 넘어갈 경우 엘켐에서 금속실리콘을 공급받는 국내 다른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 태양광산업의 공장으로 자리잡은 중국이 실리콘원료의 '블랙홀'로 진화할 가능성 때문이다.

국내 폴리실리콘 업계 관계자는 "란싱이 높은 가격으로 엘켐을 인수하게 되면 금속실리콘 가격을 올리지 않겠느냐"며 "금속실리콘 수입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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