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무구' 라니냐, 애그플레이션 주범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 2011.01.06 11:33

라니냐, 30여년래 최고수준 이상기후... 상품가 줄줄이 인상

스페인어로 여자 아이란 뜻의 ‘라니냐’가 순진무구한 이름과 달리 글로벌 상품가 급등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호주 기상청은 라니냐를 측정하는 남부 진동지수가 지난달 1973년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973~1976년 발생한 라니냐로 심각한 가뭄이 촉발돼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식량위기를 불러온 적이 있다.

라니냐는 적도 근처 태평양에서 평년보다 0.5도 낮은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일어나는 해류현상이다. 라니냐가 강성해지면 더 춥고 강수량이 많은 이상기후가 발생한다.

이미 라니냐로 콜롬비아에서는 홍수가 발생, 교통이 단절되면서 원두가 선적되지 못해 아라비카 원두값이 전년동기대비 61.9% 올랐다. 최근 호주 퀸즐랜드에 내린 폭우는 석탄가격을 42% 상승시켰다. 또 동남아 폭우로 고무값은 78.8% 상승했으며 인도에서는 몬순기후 확대로 양파값이 5배나 올라 만모한 싱 총리 정권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이 같은 상품가 이상은 식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애그플레이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2월 식품가격지수는 214.7로 전월에 비해 4.3%를 상승했다. 이전 애그플레이션이 풍미했던 2008년 6월의 213.5를 넘는 수치다. 인도 중국 등에게 식품가 인상은 인플레 압박을 가중시켜 이미 경제적 위협으로까지 진보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빌 패처트 해양 기후학자는 “이 강력한 작은 숙녀가 전세계에 저주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상품 애널리스트의 손길도 바빠지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멜린다 무어 상품 애널리스트는 주간 투자보고서에서 “날씨 전망이 철광과 석탄생산의 주요한 부분”이라며 “매년 기후 변화가 이 같은 사단을 내곤 했지만 올해는 특히 안 좋다”며 라니냐를 언급했다.

현재 상품시장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것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다. 두 지역은 전세계 대두(수출비중 45%)와 옥수수(26%)의 산지인데 라니냐에 따른 건조기후로 생산량 타격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농업부 차관인 오스카 솔리스는 최근 “옥수수 수확량이 이전 전망치 2500만톤보다 적은 2130만톤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라니냐의 위력이 언제 멈출지도 시장의 관심이다. 만약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가인 미국의 농산물 수확기까지 라니냐 위력이 이어진다면 이는 더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 기상청의 닐 플러머는 “봄쯤 라니냐의 세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라니냐가 극적으로 약화될 것이라는 신호는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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