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3역' 박지원이 결단 순간마다 되뇌는 말은

머니투데이 양영권,사진=이동훈 기자 | 2011.01.05 09:20

여야 리더에게 듣는다 <3> 박지원 원내대표 신년 인터뷰

↑ⓒ사진=이동훈 기자
인터뷰 도중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박 원내대표의 성능 좋은 스마트폰에서 여권 수뇌부 인사의 톤 높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목소리는 맞은편에 앉은 기자에게까지 들릴 정도였다.

"형님, 장외집회는 이제 끝내는 거죠?" 박 원내대표는 매몰차게 대답했다. "전화는 왜 했나. 1월에도 계속 할 거다." 여권 인사의 '애원'이 이어지는 모양이었다. 박 원내대표는 연거푸 거부했다. 박 원내대표는 5분여 대화를 나누다 "세배나 하러 와. 손님 와 있으니까 끊어"라고 말한 뒤 통화를 끝냈다.

예산안 처리 이후 정치권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박 원내대표는 여권을 상대로 한 '핫라인' 역할을 내버리지 않고 있었다. 지난해 5월 '정치 복원'을 내걸고 원내대표에 취임한 그에게 '대화와 타협'은 정치의 알파요 오메가다.

박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군기반장으로 통한다. 지난해 말 2주에 걸쳐 이뤄진 '날치기 4대강 예산안·MB악법 무효화를 위한 전국 순회 결의대회'의 전면에는 손학규 대표가 있었다. 그러나 자칫 긴장도가 떨어질 수 있는 긴 결의대회 기간 동안 소속 의원들의 참석률이 예상보다 높았던 것은 박 원내대표의 '출석체크' 엄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들에게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 소속 의원들의 국회 본회의·상임위원회 회의 참석률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공개된 자료에서 참석률 1위는 회의에 100% 참석한 박 원내대표 자신이었다.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 때는 의원들에게 '공략 포인트'를 배정하고 때때로 우수 의원을 격려해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와 '그랜저검사' 재수사 등을 이끌어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에게는 야당의 '입'이다. 통산 8년간 당의 대변인을 맡으면서 정치사에 남을 '명대변인'으로 평가받았다. 최근 박 원내대표가 정치권 현안에 대해 촌철살인으로 일침을 놓을 때 국민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지난해 8월 인사청문회 때 박 원내대표는 후보자들의 단골 의혹인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병역기피, 논문표절 등을 뜻하는 '이명박 정부 필수과목'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자연산' 발언 파문 때는 "여당 대표 오래 하시라"고 '덕담(?)'을 해 안 대표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1인 다역의 박지원 원내대표가 가장 불리고 싶어 하는 명칭은 무엇일까. 이같은 질문이 있을 때 그는 망설임 없이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이라고 말한다.

김 전 대통령을 따로 떼어 놓고는 그의 정치인생을 말할 수 없다. 박 원내대표는 1983년 김 전 대통령이 미국에 망명했을 때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 이래 2009년 8월 김 전 대통령이 사망할 때까지 그림자처럼 수행했다. 아직도 공식적으로 김대중평화센터 비서실장의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결단의 순간이 왔을 때 항상 그는 스스로에게 묻는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전남 진도(68) △목포 문태고 △단국대 경영학과 △미주지역한인회 총연합회장 △14대 국회의원 △청와대 공보수석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김대중평화센터 비서실장 △18대 국회의원 △민주당 정책위의장 △민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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