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는 의료관광中..태국, 싱가포르, 대만 등 각축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 2011.01.01 10:05

[아시아 의료 쟁탈전, 뒤쳐지는 한국]

"한국인은 특가로 모셔요"

매년 20만명의 외국인환자를 유치하는 태국의 사미티벳병원(Samitivej Hospital)은 한국시장을 열기 위해 한국인에 대해서는 가격제도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태국을 대표하는 대형종합병원으로 유럽이나 중동, 일본환자들에게는 한국의 수가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비용을 청구하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절반도 안되는 비용을 받는 것이다.

사미티벳병원 한국인 전용 에이전트 GM투어 관계자는 "한국인들에게는 태국 현지인보다도 낮은 수가를 적용해주고 있다"며 "'의료 선진국'이라는 한국에서도 원정오는 병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적지 않은 규모의 한국 의료시장 개척은 '덤'이다.

사미티벳병원은 태국 전역에 17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BDMS(방콕병원그룹)'의 핵심병원으로 미국 국제의료기관 평가(JCI) 인증을 받았다. BDMS는 태국 최대 병원그룹으로 매년 70만명의 외국인환자를 유치해 2008년에만 212억8500만바트(8000억여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같은 수익은 특급호텔 수준 시설 보강과 최신장비 도입, 고급인력 유치에 재투자된다.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어 자본조달도 쉽다. 태국 이외에도 캄보디아에 3개, 베트남에 2개, 미얀마에 3개, 방글라데시에 3개 병원을 보유한 원동력이다.

태국에서 의료관광에 앞장서고 있는 병원은 사미티벳병원과 범룽랏병원, 방콕병원 정도다. 이들 3곳에서 150만명에 달하는 태국 의료관광객의 절반 이상을 맡고 있다.

그는 "중동국가 왕족들은 대부분 이곳을 이용한다고 보면 된다"며 "의료 질을 의심하던 외국인들도 직접 와서 보면 규모와 시설에 압도돼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수준에 대해서는 "태국과 한국 일반을 놓고 비교하면 한국이 우세할지 모르겠지만 외국인들을 주고객으로 삼는 태국병원들은 태국 현지에서 톱 수준이며, 그 병원에서도 톱 수준 의사들이 외국인들을 치료하기 때문에 절대 한국에 뒤쳐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외국인환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병원들의 노력에 자본조달을 쉽게 하는 태국 정부의 규제개혁이 더해지며 태국은 의료관광 1등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의료민영화' 논쟁에 주춤하는 사이 태국은 외국은 물론 우리나라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사미티벳병원과 함께 태국 대표 병원으로 알려진 범룽랏병원 역시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으며, 방콕은행이 대주주다. 개인의원 위주로 형성돼 있는 우리나라 의료관광 시장과 다른 점이다. 서울대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들도 외국인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워낙 국내환자 수요가 많아 한계가 있다.


모 대학병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형병원들은 이미 환자가 차고 넘쳐 외국인환자 유치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없다'"며 "병원 전체가 외국인환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나라를 따라잡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태국만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 역시 20년전부터 의료관광을 국가적인 차원으로 집중 육성했으며, 2012년까지 연 100만명의 외국인환자를 유치해 30억달러(GDP의 1%)를 벌겠다는 목표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샴쌍둥이' 분리수술로 유명한 래플즈병원은 산부인과, 파크웨이병원은 암센터를 특성화시켰다.

특히 파크웨이병원그룹은 주식시장에도 상장된 싱가포르 최대 민간병원으로 자국에서 3개의 대형병원을 운영하는 동시에 말레이시아(11개), 중국(6개), 인도(2개), 브루나이(1개) 등 인접국가로도 병원을 확장하며 '세'를 늘려가고 있다.

대만은 중국환자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한국으로 성형수술받으러 떠나는 중국인들을 잡겠다는 심산이다. 실제로 2008년 중국인들의 대만 개인여행이 허용되면서 작년 한해동안 97만여명의 중국인이 대만을 방문했다. 이같은 기회를 십분 활용해 '의료관광' 시장을 성장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인도와 말레이시아도 '외국인환자 유치'를 핵심사업으로 정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병원에 세제혜택을 주는 한편 입국절차를 간소화시키는 등 활발하게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의료관광객 중 상당수를 차지하던 일본도 '외국인환자 유치'에 동참하고 나섰다. 의료관광을 경제성장 정책의 하나로 정하고 내년부터 외국인환자에게는 '의료체류비자시스템'을 도입, 여러 번 입국이 가능한 6개월 유효비자를 발급해주기로 했다. 기존 비자의 경우 한번의 입국만이 가능했으며 90일만 체류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외국인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메디컬비자'가 도입돼 입국 문제는 일부 해결됐고, 외국인환자에 한해서는 유인알선 행위도 가능하게 했지만 아시아 국가들의 '대형화' 추세에 맞추려면 아직 자본조달 등에서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환자는 6만여명에 불과하다. 이마저 4500여명의 미군과 교포가 포함된 수치다. 태국 사미티벳병원 한곳의 유치실적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태국과 싱가포르는 각각 연간 150만명과 50만명의 외국인환자를 유치하고 있다.

박인출 글로벌헬스케어협회 회장은 "의사 개인자본으로는 대규모 설비투자나 의료진 충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거대자본의 각축장인 아시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민간자본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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