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박탈 입찰중단,파행으로 얼룩진 대형M&A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10.12.28 08:31

[2010년 금융권 핫이슈] ② 우리금융·현대건설 공개경쟁입찰 M&A

올해 은행권에선 3건의 대형 인수합병(M&A)이 잇따라 진행됐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은 은행권 지형도를 일거에 바꿀 핫이슈라는 점에서 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채권단이 주도한 현대건설 매각은 은행권은 물론 재계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결과적으로 3건의 M&A 중 공개경쟁입찰로 진행된 우리금융 민영화와 현대건설 매각은 각각 '입찰중단'과 '우선협상대상자 양해각서(MOU) 해지'란 파행을 겪었다.


◇정부 '의지'도 시장 '여건'도...우리금융 민영화 '예견된 실패'=우리금융 민영화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올 상반기로 예정됐던 민영화 방안 발표가 7월 말에 가서야 공식화됐다. 정부가 마지못해 떠밀려 추진하다 보니 정부의 매각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무르익지 않은 시장 여건이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연초부터 우리금융의 '합병' 후보로 거론됐다. '합병' 의지도 강했다. 하지만 KB금융은 장기간의 회장 공백 사태에 따른 '조직 추스르기'가 우선이라며 지난 7월 어윤대 회장 취임 이후 뜻을 접었다. 하나금융도 지난 달 입찰참여의향서(LOI) 제출 시한을 앞두고 외환은행 인수 쪽으로 방향을 급히 틀었다.

'독자민영화'를 추진한 우리금융의 입찰 포기는 '치명타'였다. 우리금융은 '과점주주' 체제로 정부 지분 전량(56.97%)을 인수키 위해 LOI를 제출했다. 그러나 정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수하자 예비입찰을 앞둔 지난 13일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해외 금융회사도 선뜻 나서는 데가 없었다. 그렇다고 사모펀드(PEF)에 넘기기엔 정부의 부담이 컸다.

결국 정부는 '시장 상황'을 이유로 민영화 작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변화된 시장 여건을 반영한 유연한 매각 방식을 택해 이른 시일 내에 민영화를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블록세일(시간외 대량매매)과 수의계약, 입찰조건 완화 등 여러 대안이 거론된다.

금융권 안팎에선 그러나 우리금융 민영화 또 다시 장기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현 시장 여건과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의지를 고려하면 매각계획을 다시 짜 조기 민영화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A '막장드라마' 현대건설 매각, 채권단·현대家 소송 '복마전'=현대건설 매각 작업은 M&A 역사에 길이 기록될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채권단과 우선협상대상자(현대그룹), 예비우선협상대상자(현대차그룹) 등 '3자'가 물고물리는 갈등 양상을 보이면서 한 달 넘게 파행의 연속이다. 이해당사자들끼리 주고받은 소송만도 수 건에 달한다.


사단을 부른 건 현대그룹의 자금 조달 의혹. 현대건설 인수 자금(5조5100억원)의 일부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서 빌렸다는 예금(1조2000억원)의 성격과 출처 등을 두고서다. 현대그룹이 대출계약서를 내지 않고 버티자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 MOU 해지란 초강수를 뒀다.

현대그룹은 법원에 MOU 유지 가처분 소송을 내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과정에서 현대그룹은 물론 채권단을 동시에 압박하는 모습을 취했다. 자금 의혹 논란은 '딜'(deal) 자체의 무산 위기를 낳은 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금융권에선 현대건설 M&A가 이처럼 '복마전'으로 변질된 데 대해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채권단은 매각 가격 극대화에 집중한 나머지 매각심사를 허술하게 진행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 논란의 전개 과정에서 불거진 채권단내 '불협화음'과 '무원칙'도 뒷말을 낳기에 충분하다.

현대그룹의 경우 '승자의 우려'를 떠올리게 하는 무리한 자금조달 의혹을 숨기기에만 급급하다 현대건설을 놓칠 위기를 자초했다. 현대차그룹은 우선협상 탈락자의 '이의제기 금지' 규정을 무시하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선례를 남겼다. M&A의 '페어플레이' 원칙이 허물어진 것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공교롭게도 정부나 정부 산하 금융공기업, 은행들이 주관한 경쟁입찰 방식의 M&A인 우리금융과 현대건설 M&A에 모두 문제가 생겼다"며 "적어도 정부가 주도하는 매각 입찰의 경우 가이드라인이나 원칙을 정해 M&A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른바 'M&A 모범규준'을 마련해 대형 인수합병 과정에서 노출된 문제점을 보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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