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철회, 대북정책···' 거듭되는 與 이데올로기 논쟁

머니투데이 변휘, 도병욱 기자 | 2010.12.23 18:00
'감세정책' 철회를 놓고 벌어졌던 여당 내 이데올로기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이번 주제는 '대북정책'이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2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햇볕정책에 대해 긍정 평가하는 분이 있는데 지난 10년은 위장 평화시대였다"고 주장했다. "햇볕정책도 일정 부분의 성과를 부인하기 어렵다"는 전날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의 발언을 겨냥한 것.

홍 최고위원은 또 "한나라당 의원이 햇볕정책을 옳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당파적 접근이나 인기몰이 식 발언을 삼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날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강경 일변도의 정부 대북라인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정두언 최고위원은 "(대북정책을) 재점검 하자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고, 필요하다면 즉각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여당 내 대북정책 충돌은 천안함·연평도 사태 이후 악화된 여론에 대한 상황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여권에서는 안보 위기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전 정권 10년의 햇볕정책 실패가 증명됐다"며 보수층의 결집을 도모했다. 반면 여권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일관된 대북 강경책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비판 여론을 마냥 외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민적 비판 여론을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은 앞서 '부자감세' 논쟁에서도 이미 한 차례 드러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7일 소득세 최고세율 조정 문제를 계류시켰다. 당초 여당은 이 문제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표결에 부치기로 결론 내렸지만, 표결은 시도조차 되지 못했다.

표면적 이유는 야당의 반발이었지만 실질적 이유는 당내 이견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김성식 의원은 "1억 원 초과 구간을 설정하는 안이 나왔다면 반대 입장을 표명하려 했다"고 말하는 등 소장파 의원들은 직접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으며, 박근혜 전 대표 역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도 여권 내 이데올로기 논쟁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당 내 '부자감세' 철회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달 17일 "정부의 기조는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며 감세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21일 "북한의 본질적 태도변화를 위해 정책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완고한 입장을 밝혔지만 여당 내 이데올로기 논쟁은 쉽게 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의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권의 필연적 생리라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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