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삭제된 부분에 복선이나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관객들은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고, 심하면 영화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점 때문인지 최근 DVD시장은 감독판이란 이름을 달고 출시되는 타이틀이 넘쳐나고 있다.
제목처럼 <원전>과 <회상>의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두 권의 책 모두 시골에서 갓 올라온 열네 살짜리 소년이 어떻게 당대 최고의 트레이더로 성장하게 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몰락해 갔는지를 다루고 있다.
다른 점은 바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시점과 그에 따른 내용의 누락이다. 저자는 제시 리버모어를 인터뷰했고 이를 바탕으로 12회에 걸쳐 신문에 연재했다. 이때 래리 리빙스턴이란 인물을 등장시켜 그를 통해 제시 리버모어를 관찰하고 부연 설명했다. 이를 수정이나 삭제 없이 펴낸 것이 이번에 나온 <원전>이다.
이에 반해 <회상>은 제시 리버모어가 1인칭 화자가 돼 회상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리버모어에 대한 소개와 작가의 부연 설명이 빠졌으며 특히 미국 주식시장의 황제로 군림하다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투기자 세 명의 사례를 소개한 12장은 절반이상이나 생략됐다.
저자가 이 책을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명제는 월스트리트에는 새로운 것이 없다는것. 이를 빌자면 이미 투기거래에 대한 고전으로 자리 잡고 있는 <회상>이지만 <원전>에 비하면 새로울 것이 없고 빠진 부분이 많기에 오히려 못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독판에 대해 상업적 목적의 우려먹기가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서적 중에는 삼국지연의가 이런 논쟁에 휘말리고는 하지만 잘 써진 작품들은 그 자체로 고전의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 이 책은 어떤 길을 가게 될까. 투기 거래에서는 어떤 것도 100% 확신할 수 없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최소한 <회상>을 밀어내고 투기거래의 고전으로 자리 잡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원전으로 읽는 제시 리버모어의 회상/에드윈 르페브르 지음/박정태 옮김/굿모닝북스 펴냄/510쪽/1만9800원.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