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억지로받고 세금까지" 하도급 횡포 '철퇴'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10.12.21 00:23
#. 전문건설업체인 A사는 종합건설사 B사로부터 30억원대 규모의 골조공사를 도급받아 시공하면서 하도급 대금으로 B사의 미분양 아파트 3가구(총7억6700만원)를 울며 겨자 먹기로 대물 변제받았다.

그러나 명의이전 과정에서 취·등록세 3000여 만원을 냈고 유동자금이 급해 매각하려 했지만 저층에다 위치도 좋지 않아 시가의 20%를 손해 볼 수 밖에 없었다. 업체 관계자는 "결국 하도급 업체만 3중으로 손해를 본 셈"이라며 "그동안 2·3차 협력업체 들에 대해 어음 발행을 하지 않고 현금 결제를 해와 겨우 부도위기는 넘겼지만 도산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하도급 업체에 공사 대금 대신 미분양 아파트를 떠넘긴 건설사들에 대한 처분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면서 이 같은 업계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와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20일 남양건설과 대주건설이 "총 11억여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린 처분은 부당하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조치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두 건설사는 2005~2007년 59개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미분양 아파트 분양권을 넘기거나 특수 관계사로부터 외제차를 구입하는 대가로 하도급 대금을 줘 온 사실이 적발돼 2008년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및 시정명령 처분을 받았다.

이 케이스는 '빙산의 일각'으로 대물결제 방식이 관행처럼 자리 잡아왔다는 게 건설업계 전언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물 결제를 통해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하도급 업체는 117곳으로 총 700억원 규모의 422개 아파트를 대금으로 지급받았다.

지난 5~7월 1206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공사대금 지급을 현물로 받았다는 응답이 7.6%였으며 특히 자발적이 아닌 '강요'에 의한 대물 결제가 전체의 95.7%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물 형태로는 '부동산 건물'이 81.1%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건설자재 및 장비류(5%), 계열사 제품(4%) 등이 뒤를 이었다. 평균 아파트 수령건수는 1건이었고 1건당 평균 금액은 16억6084억원이었다.


하도급법 제17조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의 의사에 반해 하도급 대금을 물품으로 지급해서는 안된다"고 명시 돼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건설사와의 거래 관계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함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 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공사 대금을 아파트·상가 등 미분양 부동산과 계열사 제품 등으로 지급받아 자금 환금성이 어렵고 취·등록세 등 조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관련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조세 감면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의 경영실적 악화가 하도급 업체들의 자금난으로 이어지고 또 대물 결제로 받은 미분양 물량이 할인된 가격으로 나올 경우 주택 시장 침체를 불러 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된다.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을 계기로 공정위는 감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동열 공정위 하도급개선과 과장은 "그동안 구체적인 판례 케이스가 없어서 일부 업체가 적발에 반발한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확정 판결로 건설사들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에 대한 사례가 구체적으로 명시됨으로써 단속 행위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더욱 강력한 조사를 위해 공정위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하고 대신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피해 당사자들이 직접 고발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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