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장 SPA가 차지하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이명진 김유림 기자 | 2010.12.19 11:49

뛰어난 집객효과에 백화점 구애...저렴하게 '뉴요커 연출' 젊은 층 열광

'패스트 패션'이 백화점을 점령해가고 있다.

세계 첨단 유행을 상품에 재빠르게 반영하는 게 장점인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가 백화점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SPA란 자라 H&M 유니클로 등 생산부터 유통까지 직접 관리하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 최근 최신 패션의 집합소인 백화점의 중저가 의류시장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SPA 브랜드는 심지어 백화점에 잘 오지 않던 새로운 고객까지 끌어들이는 등 집객효과도 커, 주요 백화점들은 명품 브랜드와 같은 좋은 조건을 제공해가며 SPA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열렬한 구애를 보내는 모습이다.

◇백화점 "SPA 브랜드 들어와만 주오"〓AK플라자 수원점에 의류 매장 면적으로 꽤 큰 200평 규모의 '유니클로' 매장이 최근 문을 열었다. 개점 첫날 매출은 3억원. 백화점도 미처 예상 못한 대박이었다. 이후에도 매일 억대 매출을 올리며 전국 유니클로 매장 중 `톱3` 안에 들 정도로 성황이다. AK플라자 관계자는 "매출 뿐 아니라 20대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높은 집객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유니클로 매장 모습.

서울 용산에 있는 아이파크백화점은 요즘 '자라' 효과에 놀라고 있다. 백화점 카드만 만들고 정작 방문이 거의 없었던 이른바 '휴면'고객들이 지난해 8월 자라 매장 개장으로 인해 백화점을 방문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아이파크백화점 관계자는 "자라가 인기가 많은 줄은 알았지만 오지 않던 고객들까지 다시 끌어 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출 증대와 고객 모으기의 이중효과로 각 백화점은 SPA 브랜드들의 까다로운 요구도 대부분 수용하며 입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매장 한 층의 거의 대부분을 내주는 것은 물론, 명품 브랜드와 비슷한 수준의 낮은 매출수수료율도 받아들인다. 백화점이 뛰어난 집객효과를 앞세워 국내 패션브랜드에게 높은 수수료를 받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업계에서 `가장 콧대 높은` SPA 브랜드로 알려진 H&M의 경우, 백화점에게 제시하는 매출수수료율이 5%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패션업체들의 평균치인 30~40%에 비해 크게 낮을 뿐 아니라, 루이비통 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H&M 매장 모습.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이와 관련, "특히 새로 생긴 백화점이나 상권 형성이 덜 된 지역의 경우 SPA 브랜드가 입점하는 것만으로도 지역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고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기 때문에 낮은 매출수수료를 감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SPA 브랜드의 경우 자체적으로 마케팅을 활발히 벌여 백화점 입장에서는 힘들이지 않고 마케팅 효과를 덤으로 얻는 장점도 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최근 유니클로의 다양한 마케팅에 힘입어, 덩달아 수원점 영캐주얼 부문의 매출이 50%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젊은층 왜 SPA에 열광하나〓유니클로와 자라를 시작으로 형성된 국내 SPA 브랜드 시장은 H&M이 가세한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트렌드를 반영하는 지속적이고 신속한 신상품 개발로 해마다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 중이다.

글로벌 SPA브랜드 중 유일하게 제휴없이 국내에 직접 진출한 H&M은 지난 2월 말 명동에 첫 매장을 오픈한데 이어 지난달 명동에 2호점을 추가로 개설했다. 2호점 오픈때는 전날부터 1000여명이 몰리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H&M은 내년 상반기 신세계 인천점, 신세계 충청점(천안)을 오픈하고 하반기에는 서울 여의도 IFC몰 외 서울에 한 곳 정도 추가 입점을 추진 중이다.

특히 지난달 H&M이 '랑방'과 '콜라보레이션(협업)'한 실크 드레스와 인조 모피 재킷은 20만원대에 나와 삽시간에 동이 날 정도로 소비자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쇼핑객이 새벽부터 앞에 줄을 서는가 하면 문을 열자마자 매장이 인산인해를 이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 2월 프랑스 디자이너 '소니아 리키엘(Sonia Rykiel)'과의 콜라보레이션 니트웨어도, 매장 문을 연 지 27분 만에 매진됐다. 유니클로도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 '질 샌더'와 콜라보레이션한 제품을 판매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패션업계 한 전문가는 "저렴한 비용으로 글로벌 패션 트렌드에 뒤지지 않는 옷을 입는다는 심리적 자부심 때문에 SPA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매우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높아진 취향과 기호에 SPA 브랜드들의 디자인이 어필하면서 `저렴한 비용으로도 파리지엔이나 뉴요커처럼 차려 입을 수 있다'는 만족감을 줬다는 분석이다.

다른 패션업계 전문가는 "최근 국내 패션 시장은 명품 중심의 고가 시장과 SPA 중심의 실속형 시장으로 양극화가 뚜렷하다"며 "이런 소비패턴을 감안할 때 당분간 SPA의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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