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진흙탕 싸움으로 끝나면···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 2010.12.19 17:50

[기자수첩]

 진흙탕에 발이 한 번 빠져본 사람이라면 안다. 진흙탕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온 힘을 발에 쏟아야 하고 가까스로 발이 빠져나와도 주변에 흙탕물이 튀어 몸을 망치기 일쑤라는 것을.

 현대건설 인수·합병(M&A)이 질퍽한 진흙탕 싸움에 비유되고 있다. 채권단과 현대그룹, 이들 사이에 끼어있는 현대차그룹의 이전투구가 인수전 중단을 초래하기 일보 직전의 순간까지 왔다.

 일개 사기업과 채권단의 거래라고 치면 이들이 진흙탕에서 즐겁게 뛰어놀든 피튀기며 싸우든 여론이 어떻게 흘러가든 크게 상관할 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매각대상인 현대건설은 2001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부터 3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다. 채권단이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의식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들은 국민을 의식하기는커녕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 결과는 현재까지 상황만을 놓고 봐도 참담하다. 논란이 제기되면 여론의 비판에 가까스로 떠밀려 행동한 채권단은 원칙 없이 눈앞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원칙없는 금융기관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현대그룹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목적달성만을 위해 채권단과 여론을 무시하는 안하무인식의 행보를 보여준 대기업이란 이미지를 얻게 됐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기업 이미지도 진흙으로 얼룩지게 됐다. 채권단은 이번과 같은 M&A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실패 연구 자료를 분명히 남겨야 할 것이다.


 지금 벌어지는 논쟁이 좀더 발전적인 M&A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소모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을 당사자들이 사전에 인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이 남는다.

 진흙탕 싸움이 되면 비단 흙 속에 담근 발만 더러워지는 게 아니라 몸 전체가 망가지고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흙탕물이 튈 수 있다. 우산 없이 원치 않는 비(세금투입)를 맞은 이들이 진흙탕 세례까지 받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생각해볼 일이다. 스스로 진흙 속에서 뒹구는 이들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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