華川의 1월을 뜨겁게 달군 '산천어의 기적'

대담 : 김영권 편집국장 / 정리 : 이정흔 기자  | 2010.12.22 09:33

[머니위크]행복수다/ 정갑철 화천군수

겨울녁 화천 가는 길은 아름다웠다. 의암호에서 춘천호로 이어지는 큰 물길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그 물길이 편해진 곳에 화천군청이 있었다.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현장이 그곳이다. 거리는 축제 준비로 생동했다. 군사도시 같은 칙칙한 이미지를 벗고 깔끔한 인상이다. 밤거리를 화려하게 밝힐 '선등거리'도 장식을 마쳤다.

정갑철 군수의 첫인상은 소탈했다. 옷차림은 어딘가 시골티가 났다. 얼굴은 맑아서 나이보다 젊어 보였고, 눈에서는 총기가 느껴졌다. 그는 "나같은 사람이 인터뷰 감이 되냐"며 난감해 했지만 그 액션이 과하지 않았다. 화천의 '대박상품'이 된 산천어축제를 인터뷰의 첫화두로 던져보았다.

-화천 하면 '산천어 축제'가 떠오릅니다. 지금은 '산천어의 기적'이라고 불리지만 처음 시작할 때 반대가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2002년에 군수가 되고 2003년에 산천어 축제를 시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화천에서는 '빙어 축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화천은 강원도에서도 오지입니다. 겨울이 되고 물이 차가워지면 자연스럽게 빙어가 생겼다가 사라지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콘셉트로 빙어 축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빙어 축제가 동네잔치가 될 수밖에 없었죠.

화천은 '산, 물, 청정성' 이 세가지가 가장 빼어난 자원입니다. 송어의 변형종인 산천어는 1급수의 차가운 물에서만 살기 때문에 화천의 청정성을 알리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천어는 화천과 어감도 비슷해 마치 화천을 위해 태어난 물고기 같았습니다.

산천어 축제를 준비할 때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서 직원들에게 "외지에서 2만명만 불러들이면 내가 멋있게 쏜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첫회 축제에 20만명이 왔습니다. 6·25전쟁 이후 화천에 민간인 20만명이 몰린 것은 그때가 처음입니다. 2006년부터 관광객이 100만명을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130만명이 찾습니다.



-그렇게 많이 찾아오면 산천어는 못 잡고 구경만 하다가 돌아가지 않을까요?

▶이곳에서 축제 때 풀어놓는 산천어가 100톤입니다. 산천어 한마리가 평균 200g이라면 50만마리를 낚을 수 있는 겁니다. 물길이 꽁꽁 얼면 약 1.8km에 달하는 구간을 산천어 축제장으로 하고 구멍 하나 당 3사람 정도가 같이 낚시질을 합니다. 50만마리면 적어도 허탕 치고 돌아갈 걱정이 없을 정도로 넉넉한 양입니다.

게다가 산천어는 생각보다 큽니다. 잡은 고기는 랩에 싸서 구워먹어도 좋고, 회로 먹어도 좋습니다. 근처에 모든 장비와 시설이 다 있습니다. 즐길 마음의 준비만 돼 있으면 누구나 허탕치지 않고 마음껏 산천어 낚시를 즐길 수 있을 만큼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축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 지역경제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수치상으로는 대성공입니다. 경제적 유발효과만 500원억 정도도 추산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려면 축제 수입이 얼마나 화천 주민들의 실질 소득으로 이어지느냐가 관건입니다. 지금은 관광객들이 얼음 낚시터에만 머물다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람들이 화천 시내로 들어와 숙박이나 먹거리 등을 모두 해결하게끔 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직은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수용하기에 숙박이나 먹거리 시설 등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몰려 행복한 고민에 빠진 것 같습니다.

▶지금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산천어 축제를 얼음낚시만 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화천에 더 남아서 보고 즐기고 느끼는 관광축제로 키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지난해부터 화천 시내에 선등거리를 조성했습니다. 올해는 더 화려하고 밝은 빛이 거리를 밝히고 있습니다. '선등(仙燈)'이라는 이름은 화천 홍보대사인 이외수 씨가 '누구나 거닐면 신선이 되는 거리'라는 뜻으로 작명했습니다. 난장판 축제도 기획 중입니다. 차 없이 광장에 모여서 소주나 군밤 등을 먹고 마시며 함께 겨울밤의 낭만을 즐기는 겁니다. 코레일과 협약을 맺고 폐선로를 이용해 산천어 축제장과 화천 시내를 연결하는 카트레일카를 계획 중이고, 열차 펜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평화의 댐, DMZ(비무장지대)와 연계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모두 '평화'의 상징성을 함축하고 있어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군수로서 평소 이해관계나 갈등을 조정하는 원칙 같은 게 있으신가요?

▶항상 주변 사람의 말을 많이 듣습니다. 화천 주민들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내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바깥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시로 듣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는 4개 분과의 스터디 멤버들이 있습니다. 환경 전문가나 대학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로 꾸며진 일종의 네트워크입니다. 정기적으로 모여 스터디를 하고 논의를 하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 결정이 있을 때마다 이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신중하게 듣습니다.

화천의 마스터플랜 격인 '에코 파라다이스'가 그런 결과 중의 하나입니다. 현재 화천에 수달연구센터를 건립 중입니다. 수달과 산천어는 모두 깨끗한 자연환경이 아니면 살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만큼 화천을 '청정성'의 대표 지역으로 알리는데 첨병 역할을 할 것입니다.

-군수로서 3연임에 성공했으니 다음엔 도지사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정말 그런가요?

▶저는 군수로 제 할일을 마쳤으니 조용하게 농사를 짓는 게 다음 목표입니다.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사실 전 남보다 뛰어난 능력이 없습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행운도 많이 따랐지만 '성실함' 때문에 인정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게 세상을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느 조직이나 모두 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비슷비슷한 머리와 지식을 갖고 능력을 겨룹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지식보다 지혜입니다. 어떤 업무를 맡든 무슨 일을 처리하든, 단 시간 내 승부를 내기보다 조금 천천히 작게 시작하더라도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느냐는 하는 점을 항상 염두에 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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