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공사 매력, 해본 사람만 알 수 있죠"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 2010.12.17 09:53

여성 토목인의 신화, 김선미 현대건설 토목환경사업부 차장

"토목의 매력은 공사현장에 참여했던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뿌듯함에 있습니다. 완공 후에 전해지는 감동은 개별 건축물에 비할 바가 아니죠."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현장에 가면 앳된 얼굴의 한 여성이 공사를 독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인공은 현대건설 토목환경사업부 김선미 차장(42·사진). 입사 17년차 베테랑인 김 차장은 국내 여성토목인에게는 신화 같은 존재다.

"현장 체질인가 봐요. 사무실 근무는 적성에 안 맞습니다." 김 차장은 현대건설 입사 후 줄곧 현장근무를 해 왔다. 첫 근무지는 브루나이의 마리나 부두공사. 그는 "해안지역준설 및 매립공사를 포함해 마리나용 방파제를 짓는 이 공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브루나이 근무가 가장 기억나는 이유는 남편과 함께 일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내커플인 김 차장의 부군은 현대건설 토목사업본부 해외견적팀장으로 재직 중인 정윤진 부장이다. "결혼해 딸을 낳은 지 8개월 뒤에 부르나이에 함께 갔습니다. 남편이 당시 제 사수였죠."

한창 재롱부리기 시작한 딸아이를 시댁에 맡기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당시 사장님께서 저희를 직접 사장실로 불러 격려까지 해 주셨기에 기쁜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고 김 차장은 회고했다.

브루나이에서의 첫 두 달은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새벽 3시까지 일하고 두 시간 눈 붙인 뒤 5시에 출근해야 했다. 바쁜 와중에도 신혼의 재미를 즐기고 공사가 마무리된 후에는 말레이시아 여행도 다녀왔다고 한다.


95년부터 2년간 브루나이에서 근무한 김 차장은 곧바로 잠실대교 확장공사에 투입됐다. 인천국제공항철도, 인천 송도 준설매립공사 등 현대건설이 시공한 대형 토목공사에 빠짐없이 참여했다.

김 차장은 잠실대교를 지날 때마다 여중생으로 성장한 딸에게 "이 다리를 엄마가 만들었다"고 자랑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인천도시철도 2호선 211공구 현장의 공무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인천 남구보건소와 석바위사거리를 잇는 211공구는 정거장 2개소와 환기구 6곳이 들어선다. 2014년 완공되면 김 차장의 자랑거리가 또 하나 늘게 되는 셈이다.

김 차장은 자신의 특기를 '사람사귀기'라고 했다. 특유의 친화력과 오픈마인드는 발주처와 협력업체와의 관계설정에 큰 도움을 준다. 거친 공사현장에서 부딪치는 사람과 사람간의 문제는 신뢰와 의리로 풀어야한다고 그는 말했다.

"공으로 하는 건 뭐든지 잘해요. 당구는 짠 120, 골프 핸디는 90대 중반입니다." 보다 많은 여성들이 토목분야에 진출했으면 한다는 김 차장은 "최고의 토목인이 되고 싶고 현대건설 최초의 여성 현장소장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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