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식물줄기세포와 인연을 맺자마자 도 대표는 시련을 맞는다. 세상을 뒤흔들었던 '황우석 박사 사태'가 그것. 줄기세포라는 말은 '기적'이라는 의미에서 '사기'라는 의미로 추락했다. 도 대표가 추진했던 식물줄기세포 분야에 대해서도 세상의 시선은 싸늘해져갔다. 특히 지방대학에서 연구가 진행됐다는 점 때문에 운화의 기술을 믿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때부터 도 대표는 세상과의 발길을 끊었다. 그리고 정공법을 택했다.
"세상은 믿어주지 않았지만 기술에 대한 개인적인 신념만은 확고했어요. 다만 우리 기술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납득시키느냐는 것이 문제였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이 큰 저널에 게재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 운화의 식물줄기세포 분리배양과 관련한 연구결과는 지난 10월 과학저널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지(誌)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도 대표가 줄기세포 사업에 뛰어든 지 딱 5년만이었다. 그를 외면했던 세상도 다시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운화가 개발한 기술은 식물로부터 줄기세포를 분리해 대량 배양하는 기술이다. 식물줄기세포는 식물이 모든 조직으로 분화 가능한 잠재력을 가진다. 현존하는 항암제의 60%가 식물에서 유래될 정도로 유효성분이 많지만 식물 줄기세포의 독특한 구조 때문에 세포를 손상 없이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식물학계의 정설이었다. 때문에 대량생산이 불가능했고 세포배양을 이용한 식물자원의 생산은 상업화되지 못했다.
논문이 게재되고 난 후 운화는 세계적 화장품, 제약회사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운화는 크게 2가지 축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사업화하기 쉬운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쪽을 상업화한다. 그 다음 천연물신약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주목, 토마토, 은행의 줄기세포를 주원료로 하는 제품군을 포함해 다양한 식물줄기세포 소재를 활용한 화장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도 대표는 "화장품의 경우 개발이 끝났고 내년에 국내에서 100억원, 수출로 100억원 등 총 2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며 "다양한 제품들이 상업화되면 신약개발을 위한 현금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암웨이와 식물줄기세포를 이용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의 글로벌 상업화를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도 대표는 "기술수출과 줄기세포제품의 상업화로 신약개발을 위한 현금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며 "자체 자금으로 신약개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화는 식물에서 유래한 항암제 원료 등이 초기단계에서 기술수출(라이선스아웃)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신앙적인 부분도 그가 식물줄기세포사업을 지속하는 힘이 됐다. 실제 운화(雲火)라는 회사 이름은 성경에서 유래했다. '하나님이 애굽에서 가나안으로 이동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인도했다'는 것에서 따왔다.
도 대표는 "식물줄기세포를 이용해서 난치병도 치료하고, 식품·화장품으로 사람들이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다"며 "특히 천연물 신약을 개발해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싸게 공급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그야말로 '운화'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운화에는 도 대표의 딸이 함께 일하고 있다. 미국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로스쿨을 졸업한 재원이다. 회사 입사는 도 대표가 권유했다고 한다. 도 대표는 "지금은 작은 회사지만 나중에 운화는 구글이란 회사처럼 성장할 것"이라며 "지금 회사에서 겪는 어려움은 나중에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10명에 불과했던 운화 직원은 현재 120명까지 늘었다. 한때 도 대표는 2500명의 증권사 직원을 지휘하던 사령관이었다. 이제 도 대표의 마음은 이미 증권사를 넘어선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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