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자릿세 없으면 힘들다?" 함바집이 뭐기에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10.12.20 09:20

한끼 3500~4000원, 350명 근로자 현장 30개월 운영시 16억 매출


- 건설사 사장들 줄줄이 수사 관심 집중
- 운영자들 "수익 과장…남는 것도 없다"
- 입찰기준 정해 입찰 투명성 보장해야


↑최근 함바집 운영권과 관련해 건설사 사장들이 수사를 받으면서 함바집 수익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없음.)
영하 10도 이하의 맹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15일 서울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 점심시간이 되자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현장 구석에 자리잡은 함바집으로 인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165㎡ 규모의 함바집 안 150석은 자리가 꽉 찼다. 250여명의 근로자들은 제육볶음과 청국장이 메뉴로 나온 4000원짜리 식단을 단숨에 먹어치웠다. 척박한 건설 현장의 '오아시스' 같은 공간인 셈이다.

이 함바집 총무인 A씨는 "인부는 280여명에 달하지만 시내 현장이다보니 바깥식당으로도 많이 나가고 주방 아줌마 3명 인건비와 비싸진 식자재비, 세금을 빼고 나면 그렇게 남는 게 없다"며 "요즘 함바집 관련 비리 기사가 나오면서 관련 업계가 뒤숭숭한데 다른 곳 얘기 같다"고 말했다.

최근 함바집 운영권과 관련해 유수 건설사 사장들이 줄줄이 수사를 받으면서 건설 현장 펜스에 가려진 '함바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함바란 일본말 '한바'(はんば·노무자 합숙소)에서 넘어온 용어로 우리나라 건설업계에선 '현장 인부식당'으로 통용된다.

"함바집 몇 번 운영하면 강남아파트 뽑는다더라", "빽없인 운영권 받기 힘들다더라"는 등 항간에 떠도는 소문의 실체가 이번 수사로 드러나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대규모 건축 현장의 함바집 운영권을 따낼 경우 30% 안팎의 마진을 얻을 수 있고 평균 1년 넘게 장기 고정수익을 올릴 수 있다. 때문에 운영권 다툼이 치열하고 자릿세 명목으로 거액의 뒷돈이 오가는 경우도 발생해 왔다.

함바집에서는 현장 근로자들을 위한 조·중·석식이 기본 제공될 뿐 아니라 라면·아이스크림·과자 등의 간식과 함께 담배도 판매된다. 통상 1끼 식대는 3500~4000원, 라면은 2000원 선이다.

예전에는 저녁에 술과 안주도 판매해 함바집 사장들이 짭짤한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들어선 안전사고 등의 우려 때문에 저녁 술을 팔지 않는 곳도 상당하다. 현장 주변에 식당이 많은 시내에는 함바집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외딴 지방 건설 현장에는 대부분 자리잡고 있다.

함바집 운영자들은 외부에 알려진 수익이 과장됐다고 항변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350명(아파트 500가구 이상 공사현장)의 근로자가 있는 현장의 경우 '1끼 식대 3500원 × 약 1.8식(조식·중식 또는 중식·간식) × 월 24일(연 299일) × 30개월'로 계산할 경우 약 16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며 이중 순수익은 운영 노하우에 따라 30% 안팎이란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350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1개 현장에서의 이익은 약 4억5000만원지만 조리도구를 투입하고 세금을 내고도 건축비와 인건비 등이 나가면 수익은 과거에 비해 훨씬 적다"며 일부 비리 사건으로 '음지 거래'의 온상으로 매도되는데 대한 억울함과 우려도 나타냈다.

건설업계는 이번 비리 사건에 대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피해는 현장에서 가장 고생하는 근로자들에 돌아가기 때문에 반드시 이런 불공정 구조가 근절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명성을 위해 건설사나 지자체가 일정한 함바집 입찰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아예 현장식당 운영을 전문적으로 하는 계열사를 둬 수익금을 퇴직자들을 위한 기금 등으로 사용하고 운영권 비리를 막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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