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백, 맥북에어의 면죄부

머니투데이 이경숙 이로운몰 대표 | 2010.12.19 12:52

[머니위크]에코라이프

'루이비통 모노그램 스피디'. 거리에서 3초마다 이 백을 든 사람을 볼 수 있다고 해서 별명이 '3초백'이다. 신제품 가격은 사이즈마다 다르다. 56만~87만원. 중고가격도 40만원대다. 쓰던 가방도 찾는 사람이 있으니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깨끗하게 빛이 바래진 3초백은 '태닝이 잘 된 아이'라고 불린다.

'뉴맥북에어11'. 지난 10월21일 스티브 잡스가 이 제품을 발표할 때 종이 서류봉투에서 꺼내들어 애플빠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애플의 야심작이다. 가격은 사양에 따라 다르다. 120만~180만원. 중고제품은 아직 안 나왔다. 신제품도 대학생이 먼저 받을 수 있어서 일반인이 사려면 대기해야 한다는 후문이다.

자신의 백을 '아이'라 부르며 아끼는 여자를, 어떤 이는 '속물'이라 낮춰본다. 애플 신제품 발표회를 미국시간에 맞춰 인터넷으로 보고 해외구매사이트까지 가는 남자를, 어떤 이는 '오타쿠(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라 비웃는다.

하지만 명품백 하나를 20년 동안 들고 다녔다면? 뉴맥북에어 하나로 카페에 앉아 멋진 콘텐츠를 만들어냈다면? 인조피 가방 10개 사서 쓰다 버리는 것이나 색정적인 인터넷만화만 줄창 보는 것보다 낫다.

소비(消費)란 '돈이나 물자, 시간, 노력 따위를 들이거나 써서 없애는 것'이다. 돈, 물자, 시간, 노력 따위를 들이지 않는 건 '비(非)소비'다. 생산과는 다르다. 생산(生産)이란 '인간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각종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나를 '착한 쇼핑 이로운몰' 운영자라고 소개하면, '착한 쇼핑이 뭐냐' '쇼핑도 착할 수 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참 대답이 길어진다. 아직도 짧게 답하는 법을 모르겠다.

'착하다'는 건 언행이 곱고 바른 걸 뜻하니, '착한 쇼핑'의 뜻도 '곱고 바른 쇼핑'쯤 될 것이다. 내 몸과 자연에 착한 생산품을 사는 것, 남을 해치지 않고 만들어진 생산품을 사는 것. 친환경구매, 공정무역, 윤리적 소비라고도 불리는 행위다.


착한 생산품을 쓰는 것만 착한 소비는 아니다. 일반 생산품을 착하게 쓰는 것도 착한 소비다. 친환경제품을 사는 것뿐 아니라 제품을 친환경적으로 쓰는 것도 친환경소비다. 윤리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는 것뿐 아니라 제품으로 사회 윤리를 높이는 것도 윤리적 소비다.

만약 3초백이나 맥북에어를 지르고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면죄부를 주고 싶다. 명품백으로도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다. 오래오래 아껴 쓰다가 딸이 장성한 후 물려주면 어떨까. 아름다운가게·행복한나눔 같은 재사용 사회적기업에 기증해 수익금으로 이웃을 돕게 할 수도 있다.

뉴맥북에어를 가지고도 애플 오타쿠를 벗어날 수 있다. 애플 제품 좋다는 리뷰만 열심히 올리는 게 아니라 내 주변의 삶을 돌아보고 그들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다. 세상에는 자신이 고통 받는 걸 말할 줄 모르는 사람, 자신에게 필요한 걸 요청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변호사그룹 '공감', 프로보노퍼블리코 '소셜컨설팅그룹(SCG)'과 '착한전문가모임'의 직장인들은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준다.

베트남 승려 틱낫한은 '금강경' 해설에서 어떤 베트남 작가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말했다. "조약돌이 헤어짐의 고통을 받지 않는다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습니까? 내일이면 그들은 서로를 필요로 할지도 모릅니다."

다른 존재의 고통을 살피는 것, 여기에서부터 마음의 '소비'가 시작된다. 당신의 3초백이, 맥북에어가 이웃의 고통을 줄일 수도,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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