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호는 각종 첨단장비가 갖춰진데다 효율이 높아 만선(滿船)도 보다 용이하다. 원양업계 사람들은 일반 원양어선과 장보고호를 아반떼와 에쿠스의 차이에 비유할 정도다. 이런 장보고호의 키를 쥐고 남태평양을 종횡무진하는 사나이가 김민호 동원산업 선장(40세)이다.
김 선장은 17년째 배를 타고 있다. 선장이 되는 일은 쉽지 않다. 해양대학교나 부산수산대학교(現 부경대학교)를 나와 수년간의 현장경험을 쌓아야 한다. 3등 항해사, 2등 항해사, 1등 항해사를 거쳐야 마지막에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선장이다.
2001년 동원산업에 선장으로 채용된 후 짧게는 1년 길게는 1년 6개월 동안 바다에서 원양어선을 운항해왔다. 바다와 만선의 희열을 사랑하지만, 뭍으로 돌아와 4~5개월 쉬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김 선장에게 꿈같은 휴가다.
선장이 되고 1년 남짓 됐을까. 항해를 끝내고 휴지기에 동원산업 본사에 들렀다가 부인 갈경아(30세)씨를 만났다. 이후 연말정산 때문에 경아씨가 보낸 이메일이 두 사람의 끈을 이어줬다.
물고기떼를 만났을 때, 무엇보다 민첩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뱃사람의 철칙이 연애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위성전화요금을 1년에 3000만원씩 지불하면서 '비싼' 연애를 했고 항해가 끝나는 날 김 선장이 처갓집이 파주로 올라가 아예 기거하면서, 바로 결혼에 골인했다.
"한번 들어오면 4~5개월을 쉬는데 그 시기를 놓치면 또 1년 반을 기다려야 하잖아요. 원양어선을 타는 사람들은 뭐든 집중적으로 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운동도, 뭘 배울 때도 속성 몇 개월에 마스터를 하죠."
김 선장은 동원산업의 41명의 선장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능력자'다. 유능한 선장은 20~30여명에 달하는 선원들을 통솔하는 리더십과 인간미, 치밀한 정보 분석력, 동물적 감각을 갖춰야 한다.
남태평양 바다는 넓다. 그 드넓은 바다 어디쯤 참치가 있을지 내다보고, 길목을 지키지 않으면 만선의 꿈은 요원하다. 참치가 서식하는 수온과 먹이사슬까지 고려해 참치들이 놀기 좋은 곳을 찾는 게 핵심.
"장보고호는 횟감과 통조림용 생산을 동시에 다 잡을 수 있기 때문에 효율이나 수익 면에서 다른 배들과 차별돼요. 그런 신조선의 캡틴으로 막중한 책임을 맡아서 잘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결과도 좋아서 다행이죠."
늘 함께 있지 못해서일까. 부부간 정이 남들보다 더 애틋하다고. "결혼한 지 5년 됐는데 아직도 아내만 보면 가슴이 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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