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장보고', 바다도 막지 못한 사랑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10.12.07 15:17

[인터뷰]김민호 동원산업 선장-新조선 '장보고호'의 캡틴

▲장보고호의 캡틴인 김민호 동원산업 선장과 그의 가족들.
신라시대 동북아 해상무역을 좌지우지했던 무장 장보고. 세계 최초로 통조림용 참치와 횟감용 참치를 동시에 조업할 수 있는 원양어선 '장보고호'는 그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장보고호는 각종 첨단장비가 갖춰진데다 효율이 높아 만선(滿船)도 보다 용이하다. 원양업계 사람들은 일반 원양어선과 장보고호를 아반떼와 에쿠스의 차이에 비유할 정도다. 이런 장보고호의 키를 쥐고 남태평양을 종횡무진하는 사나이가 김민호 동원산업 선장(40세)이다.

김 선장은 17년째 배를 타고 있다. 선장이 되는 일은 쉽지 않다. 해양대학교나 부산수산대학교(現 부경대학교)를 나와 수년간의 현장경험을 쌓아야 한다. 3등 항해사, 2등 항해사, 1등 항해사를 거쳐야 마지막에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선장이다.

2001년 동원산업에 선장으로 채용된 후 짧게는 1년 길게는 1년 6개월 동안 바다에서 원양어선을 운항해왔다. 바다와 만선의 희열을 사랑하지만, 뭍으로 돌아와 4~5개월 쉬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김 선장에게 꿈같은 휴가다.

선장이 되고 1년 남짓 됐을까. 항해를 끝내고 휴지기에 동원산업 본사에 들렀다가 부인 갈경아(30세)씨를 만났다. 이후 연말정산 때문에 경아씨가 보낸 이메일이 두 사람의 끈을 이어줬다.

물고기떼를 만났을 때, 무엇보다 민첩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뱃사람의 철칙이 연애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위성전화요금을 1년에 3000만원씩 지불하면서 '비싼' 연애를 했고 항해가 끝나는 날 김 선장이 처갓집이 파주로 올라가 아예 기거하면서, 바로 결혼에 골인했다.

"한번 들어오면 4~5개월을 쉬는데 그 시기를 놓치면 또 1년 반을 기다려야 하잖아요. 원양어선을 타는 사람들은 뭐든 집중적으로 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운동도, 뭘 배울 때도 속성 몇 개월에 마스터를 하죠."


김 선장은 동원산업의 41명의 선장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능력자'다. 유능한 선장은 20~30여명에 달하는 선원들을 통솔하는 리더십과 인간미, 치밀한 정보 분석력, 동물적 감각을 갖춰야 한다.

남태평양 바다는 넓다. 그 드넓은 바다 어디쯤 참치가 있을지 내다보고, 길목을 지키지 않으면 만선의 꿈은 요원하다. 참치가 서식하는 수온과 먹이사슬까지 고려해 참치들이 놀기 좋은 곳을 찾는 게 핵심.

"장보고호는 횟감과 통조림용 생산을 동시에 다 잡을 수 있기 때문에 효율이나 수익 면에서 다른 배들과 차별돼요. 그런 신조선의 캡틴으로 막중한 책임을 맡아서 잘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결과도 좋아서 다행이죠."

▲김민호 선장과 아들 동윤이
김 선장은 이번에 만선의 꿈을 이루고 귀항했다. 둘째 이제 갓 돌인 둘째 동윤이와는 이번에 첫 만남을 가졌다. 바다 위의 아빠는 아들딸이 태어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임신 3개월째인 셋째 아이만큼은 태어나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될 듯하다. 내일이면 꿈같은 휴식이 끝나고 다시 출항이다.

늘 함께 있지 못해서일까. 부부간 정이 남들보다 더 애틋하다고. "결혼한 지 5년 됐는데 아직도 아내만 보면 가슴이 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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