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건희 회장의 '십년지계(十年之計)'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 2010.12.06 08:07
"새로운 10년이 왔다. 과거와 달리 21세기 10년은 더욱 빨리 변할 것이다. 더욱 긴장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

지난 1일 열린 '2010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한 말이다.

'백년지계'는 먼 앞날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운다는 의미로,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선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디지털시대 정보기술(IT)을 정점으로 컨버전스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장개편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아이폰'발 스마트폰 충격이 글로벌 휴대폰업계의 판도를 요동치게 했다. 시장진입 시기를 놓친 일부 기업의 경우 적자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100년, 10년은 고사하고 당장 1년 앞의 상황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이 회장의 '십년지계'도 이런 이유로 꺼내든 것 아닐까.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환경에 맞춰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틀 뒤 곧바로 단행된 삼성 인사가 그 핵심이다. 먼저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전무 등 이 회장의 장남과 큰딸이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 3세 경영체제로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특히 9명의 신임 사장 승진 내정자 중 5명이 부사장 직급 1년 미만 임원에서 발탁됐고, 해외 다국적기업 출신 2명도 사장단에 합류했다.


삼성의 핵심 요직인 최고경영진 인사만큼은 연공서열·순혈을 중시해온 전례에 비춰보면 사상 유례없는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다.

앞으로 세대교체성 후속인사가 전면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2년4개월 만에 부활한 그룹 컨트롤타워도 구체적인 진용을 드러냈다. 그룹내 전략기획통 김순택 부회장을 실장으로 경영지원팀, 전략1팀, 전략2팀, 커뮤니케이션팀, 인사지원팀, 경영진단팀 등 6개팀 체계를 갖춘 '미래전략실'이 그것이다.

여기에 김순택 실장이 사장단협의회 산하로 이관된 신사업추진단장을 겸임토록 한 것도 주목된다. 새로운 그룹조직이 삼성 내 무소불위 권력을 갖춘 '지휘통제소'로서가 아니라 '미래 성장확보'에 치중하는 '싱크탱크'로서 역할에 치중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삼성은 이날 그룹조직의 부활 우려에 대해 "하드웨어(조직)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주목해달라. 일하는 방식과 내용이 예전과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의 3세 경영체제와 '미래전략실'이 '10년 뒤 삼성'을 어떻게 설계해나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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