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더블딥 논쟁 끝'… 루비니도 입닫았다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10.12.03 11:34

"고용·소비 향상, 더블딥 피했다"

지난 여름 한때 '더블딥'(이중침체)에 대한 우려와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던 미국 경제가 최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였던 고용과 소비가 살아나면서 더블딥 논란이 이제 종지부를 찍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블딥을 전망했던 비관론자들의 입도 쏙 들어갔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더블딥 논란이 불거졌을 때엔 하루가 멀다 하고 더블딥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최근 한두달 동안에는 더블딥 이야기를 거의 꺼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더블딥의 '꼬리 리스크'(tail risk)가 줄었다"며 더블딥 가능성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는 "추가 양적 완화(QE2)의 최대 효과는 전면적인 디플레이션과 더블딥의 '꼬리 리스크'를 줄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을 보면 미국 경제의 고용과 소비 향상이 비교적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ADP민간고용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어 9만3000명 증가, 3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하면서 지지부진하던 고용시장에 청신호를 켰다.

또 같은달 로이터/미시건대 소비심리지수와 소비자기대지수는 각각 5개월래 최고 수준을 기록해 소비 향상의 기대감을 높였다.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는 전달보다 낮았지만 시장 예상에 부합하면서 제조업 향상에 대한 기대감도 이어지게 했다.

특히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베이지북은 "경기회복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지역에서 고용 활동이 개선되는 조짐이 목격됐다"는 진단을 내놔 전반적으로 경기회복에 확신이 서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미국 경제는 턴어라운드 중"이라고 말한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 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경기가 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본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분위기를 더 띄웠다.

이와 함께 기업들도 경기가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무타르 켄트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 이전의 높은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몇 년 안에 이례적인 수준의 성장과 번영을 이루게 될 것"이라며 최근 자사의 수익 성장세 등을 바탕으로 미국 경제의 회복과 경영환경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소매업체들의 매출 향상은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는 관측을 낳게 했다. 마크 해리스 RBC캐피탈마켓 글로벌리서치 공동대표는 "소비자들이 2008년 9월 이후 어떤 때보다 큰 기대와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고 연말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또 크리스 크리스토퍼 IHS글로벌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쇼핑센터위원회(ICSC)가 집계한 11월 소매업체 동일점포(1년 이상 영업한 점포)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것에 대해 "증시 상승 및 고용 향상 소식, 업체들의 가격 할인 등에 힘입어 소비가 증가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 유력 민간 경제전망 기관인 경제사이클연구소(ECRI)는 최근 생산 증가와 기업들의 수익 성장이 고용 창출 및 설비투자를 이끌고 있다며 이같은 회복 사이클의 단계에서 미국이 새로운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CRI 공동설립자 랙시먼 애츄던은 최근 ADP민간고용 지표를 언급하며 "이 지표는 우리가 마침내 더블딥의 두려움을 침대에 눕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성장의 부활에 대해 매우 선명하고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년 동안 저축만 해오며 절약에 피로를 느낀 소비자들이 올해 연말에는 태도를 바꿨기 때문에 최근 쇼핑 지표의 향상 결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초저금리에 따라 민간 부문의 고용 창출은 계속될 것이며 장밋빛 전망은 아니지만 주택시장도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물론 여전히 더블딥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주로 높은 실업률과 극심한 재정 적자, 주택시장 부진 등이 더블딥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롭 보스 유엔(UN)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미국의 실업률은 10%에 이를 것"이라며 "더블딥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돼 금융시장까지 확산되고, 정치권이 경제정책에 한 목소리를 내는 확실성이 없으면 결국 더블딥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메릴린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로젠버그 글러스킨쉐프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은 재정 적자 문제로 내년 긴축 재정이 불가피해 부양 조치를 실시할 수 없어 국내총생산(GDP)이 1% 감소할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계속 더블딥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또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창업자인 피터 페터슨은 미국의 부채 이자 비용이 상승하면서 연구개발(R&D)과 인프라에 필요한 자본이 사라지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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