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현대그룹 압박, 현대건설 매각 어디로?

머니투데이 김지민 오상헌 정진우 기성훈 기자 | 2010.12.01 18:38

외환銀 "1.2조 대출자료 안내면 MOU해지", 정책公 "동양證 풋백옵션의혹 해소해야"

현대그룹에 대한 채권단의 고강도 압박이 계속되면서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더 깊은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인수자금 증빙을 둘러싼 현대그룹과 채권단의 갈등,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소송전, 채권단내 '불협화음'에 더해 새로운 자금조달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현대건설 인수합병(M&A) 향배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현대건설 채권단 매각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1일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자금 중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대출금(1조2000억원)에 대한 소명서를 끝까지 제출하지 않아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MOU)를 해지하고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과 MOU를 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효상 외환은행 여신관리본부장은 이날 오후 외환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외환은행도 현대건설 매각에서 나티시스 은행의 자금조달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7일까지 자료제출을 해 달라"고 현대그룹에 공식 요구했다.

현대건설 매각 공동주간사는 전날 현대그룹에 1조2000억원에 대한 대출계약서와 보증·담보 계약서 등 부속서류 제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자료 제출 시한은 공문 발송일로부터 '5영업일 이내'인 오는 7일 낮 12시까지다.

김 본부장은 "현대그룹으로부터 자료가 오면 내부적인 검토와 법률 의견을 받아 주주협의회 모든 기관과 협의를 거쳐 소명이 충분한 지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현대그룹이 7일까지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5영업일의 시한을 다시 주고 자료 제출을 촉구할 방침이다.

현대그룹이 끝까지 대출 증빙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법률 검토를 거쳐 주주협의회에서 MOU 해지 등 제반 처리 내용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본부장은 "주주협의회에서 (현대그룹의 소명이)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예비우선협상자(현대차그룹)로 (MOU체결 대상이)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나티시스 은행 대출금과 별도로 채권단 일각에선 현대그룹이 동양종합금융증권에서 조달한 대출금 8000억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또 다른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책금융공사는 이날 현대그룹이 동양종금증권에 '풋백옵션'을 제공했다는 시장의 의혹이 있다며 금융당국에 사실 확인을 공식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서 "동양종금 자금은 이미 해결됐다"고 밝힌 외환은행의 주장을 뒤집은 것이다.


풋백옵션이란 재무적 투자자(동양종금증권)가 주식 등을 약정된 시점에 약정된 가격으로 인수자(현대그룹)에게 되팔 수 있는 권리다. 정책금융공사는 "동양종금증권이 8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입찰일까지 풋백옵션을 확정하지 않았다는 건 M&A 관례상 납득하기 어렵다"며 "입찰 이후 풋백옵션을 정했거나 정할 계획이라면 투자조건의 내용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이와 관련해 "동양종금의 자금은 대출금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라며 "채권단과 함께 M&A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겠지만 나중에 승자의 저주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의혹을 없애야 한다"고 현대그룹을 압박했다.

정책금융공사는 금융당국 사실 확인 의뢰를 공표하기에 앞서 채권단 운영위원회에 속한 외환은행, 우리은행과는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상 외환은행 본부장은 "동양종금증권 자금은 입찰 평가 당시 '풋백옵션'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타인자금'으로 처리해 이미 해결된 문제"라면서도 "정책금융공사의 주장에 대해선 운영위원회에서 협의를 거쳐 처리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정책금융공사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현대그룹은 이날 "동양종금증권 자금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것"이라며 "근거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대그룹은 특히 "유 사장이 지난 달 24일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동양종금은 풋백옵션이 있다고 판단해 타인자금으로 보고 감점 처리까지 해 문제가 없다'고 해놓고 지금에 와서 입장을 번복하는 것은 자신이 내린 평가를 스스로 뒤집는 것"이라며 "의혹키우기에 앞장서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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