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라니냐, 올 겨울 더 가혹하다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 2010.11.30 14:35

英, 한파로 항공기 운항 중단... 원유·밀·오렌지 등 상품시장 들썩

올 겨울은 더 춥고 눈도 많은 가혹한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유럽과 중국 북부지역은 때이른 한파가 닥쳤다. 영국의 경우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11월 기록으로는 25년만에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폭설로 휴교령이 내려지고 일부 공항 운영도 폐쇄됐다. 영국 기상청은 향후 수은주가 영하 20도까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10월부터 시작된 중국 북부 지역의 한파는 면화, 채소 등 작황에 차질을 빚으며 가격 상승을 유도, 중국 당국이 우려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 올 겨울 더 춥다는 전망이 나오며 국제 유가도 급등세를 타는 등 상품 시장의 동요도 우려된다.

◇더 강력해진 라니냐=미국 기상청은 29일(현지시간) 올 겨울이 더 춥고 강수량도 더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 할퍼트 기상청 부청장은 “라니냐(La nina.여자아이)현상으로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더 춥고 강수량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니냐는 적도 근처 태평양에서 평년보다 0.5도 낮은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일어나는 이상 해류현상으로 고수온인 엘니뇨(El nino. 아기예수)와 대비되는 용어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지난해 강력한 엘니뇨에 이어 강력한 라니냐가 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훨씬 변덕이 심한 날씨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후 자료에 따르면 엘니뇨와 라니냐가 이처럼 번갈아 강력하게 맹위를 떨치는 것은 거의 30여년만에 처음이다. 1972~73년 강력한 엘니뇨에 이어 1973~74년 강력한 라니냐가 등장해 지구촌 곳곳에서 변화무쌍한 이상기후가 발생했다.

미 기상청의 마이클 레록소 연구원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라니냐와 엘니뇨가 번갈아 발생하는 일은 흔치 않은 경우여서 올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갈피를 못 잡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찌됐든 올 겨울은 무척 바쁜 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기상청은 특히 올 겨울 동아시아 지역에 한파가 강해질 가능성이 있으며 내년 1월과 2월 평년보다 심한 추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기상청과 해양 연구원도 최근 동태평양상에 1989년이후 21년만에 가장 강력한 라니냐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혹독한 겨울이 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겨울이 예년보다 10일 일찍 시작되고 강추위가 일주일에서 열흘 주기로 나타났다 물러나곤 하는 날씨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겨울 평균기온은 평년(영하 4~10도)과 비슷하겠지만 영하 15도 이하의 매서운 한파와 기습 폭설이 잦은 변덕스런 기후 변화가 예상된다.

◇ 유가, 상품가 급등 우려= 올 겨울 라니냐에 따른 기상 이변 전망이 나오며 이미 상품시장 등 경제계 전반에 영향을 드리우고 있다.

미 기상청 '강추위' 예보가 나온 29일 1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거래일 대비 2.4% 올라 2주만에 최고치인 85.73달러로 정규거래를 마쳤다. 석유시추회사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원유 서비스 지수는 1.71% 올랐다. 난방수요 증가 전망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예기치 않은 이상 혹한에 심각한 냉해 피해를 입은 미 오렌지 농가들도 긴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시트러스사의 밥 블래클리는 “이른 냉해를 우려하고 있는 많은 농부들이 온풍기를 돌리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추수감사절 이후 연말연시 최대 쇼핑시즌을 맞고 있는 미국 쇼핑가도 더 춥다는 날씨 예보에 긴장하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직접 시내에 나가 물건을 사는 일이 어렵게 되고 이에 따라 온라인 쇼핑업체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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