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9일 대국민 담화에서 “군 전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북한의 이번 연평도 공격으로 문제점이 드러난 서해 5도 전력의 보강과 요새화다. 국방부는 북한 후방의 종심(縱深)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크루즈 미사일을 연평도에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북한의 공격 차단이라는 ‘소극적 억제’에서 벗어나 ‘적극적 억제’ 전략을 펴겠다는 뜻이 읽혀진다. 군은 이 같은 서북 도서 전력 보강을 위해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3123억원과 1363억원 등 총 4556억원의 예산을 국회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 처음 보고 당시의 예산 2636억원보다 1920억원(72.8%) 늘어난 것이다.
◆북 종심 타격 미사일 배치키로=국방부는 29일 국회 국방위에 제출한 ‘서북 도서 긴급전력소요’ 수정안에서 사거리 250㎞급인 이스라엘제 지대지미사일 ‘딜라일라’(DELILAH GL) 약 40기를 도입하는 예산 884억원을 신청했다. 딜라일라 미사일은 당초 북한 해안포 진지 공격용 정밀유도 무기로 검토돼온 사거리 25㎞급의 스파이크 미사일을 대체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화력만 늘리는 전술적 대응으로는 압도적인 북한 전력을 막기 어렵기 때문에 종심 타격 무기를 두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나라당 국방위 간사인 김동성 의원은 “면적 7㎢에 불과한 좁은 섬(연평도)에 무기만 많이 둔다고 억지력이 생기진 않는다. 평양이나 해주의 4군단 사령부 등 전략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는 ‘롱펀치’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IMI사가 1995년 공군용 대레이더 크루즈 미사일로 개발한 딜라일라의 지상 발사용은 GPS자동유도 및 전자광학유도가 동시에 가능하다. 사격통제사가 발사 이후 탄두의 카메라를 통해 지형지물을 피해가며 표적을 맞힐 수 있는 정밀 유도 미사일이다.
이외에도 국방부는 28일 육군이 기존에 보유한 227㎜ 12연장 로켓포(MLRS) 6문을 연평도에 배치했다. 로켓 12발을 한꺼번에 발사할 경우 한 발당 수류탄 크기의 M77 자탄 644개가 들어 있어 축구장 12개의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다연장 로켓 한 쪽(6문) 발사대에서 사거리 300㎞급 에이태킴스(ATACMS·육군전술미사일시스템) 발사도 가능한 만큼 에이태킴스 전진 배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땅굴 해안포’ 천적 벙커버스터 도입=K-9 자주포로 발사할 수 있는 소형중거리 GPS유도폭탄 엑스칼리버(407억원)와 공군기용 소형 벙커버스터 GBU-39(300억원)도 각각 수백 발씩 도입키로 했다. 북한 해안포 동굴 진지와 방사포 진지에 대한 정밀 타격을 위해서다. F-15K와 KF-16에 장착 가능한 GBU-39는 두께 1m의 철판과 2.4m의 강화콘크리트 벽을 뚫을 수 있는 관통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해 5도의 취약한 탐지 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최대 50~60㎞(로켓 기준)까지 실시간 위치추적이 가능한 스웨덴제 대포병레이더 아서(ARTHUR) 2대를 구입하고, 중형전술비행선도 170억원을 들여 구입키로 했다. 해군정보함인 신세기함 탑재 무인정찰기(UAV)의 성능을 개량하는 데도 91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국방부는 연평도 공격 이후 K-9 자주포도 이미 6문에서 12문으로 늘렸다. 국방부는 추가로 2011년 예산안에 K-9 20여 문(866억원), 개량형 K-55 자주포 10여 문(115억원) 증강 배치 계획도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북한의 포격 도발 시 대응화력은 3~4배 커질 전망이다. K-9, K-55 자주포에 대한 탄약 지원을 위해 K-10 탄약운반차량(190억원)도 함께 배치한다.
정효식·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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