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플러스]'자이언트' 주식 복수극, 사실은…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0.11.28 16:23
"지난주에 2000원이던 주식이 500원이나 빠졌어요. 어떻게 된 겁니까."

종영을 앞두고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자이언트'의 한 장면입니다. 주인공 이범수씨가 세운 건설사 한강건설의 주가가 증권가 루머에 곤두박질치죠. 며칠새 2000원에서 915원까지 급락합니다.

성공과 좌절, 그 이면의 음모를 맛깔나게 그리려다보니 그랬겠지만 드라마 속 장면은 무대가 된 1980년대말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지금보다 엄격했던 상·하한가 제도 때문입니다.

상·하한가 제도란 하루에 오르내릴 수 있는 폭을 정해놓은 가격제한폭을 말합니다. 1998년 12월7일부터 상한과 하한 각각 15%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100원짜리 주식이면 하루에 115원까지 오르거나 85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죠.

1992년 6월8일 이전까지는 가격제한폭이 정률이 아니라 정액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일본증시는 지금도 정액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3000원 미만 주식은 하루에 100원까지 오를내릴 수 있는 식입니다.

이것도 1988년 3월2일 이전까지는 500원 미만 주식의 경우 30원까지, 500원 이상 1000원 미만 주식은 50원까지, 1000원 이상 2000원 미만 주식은 70원까지로 더 세분화돼 있었습니다.

드라마에선 한강건설 주가 하락과 맞물려 1987년 초에 있었던 고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이 나옵니다. 당시 규정으로 보면 드마라에서처럼 1000원대 주식이 하루새 100원 오르내릴 순 없었습니다. 많아 봐야 전날 주가에서 70원 오를 수 있었던 거죠. 드라마에서 놓친 부분입니다.

정률이든 정액이든 상·하한가 제도는 국내와 일본증시를 포함해 주로 아시아권 증시에서 채택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증시에서도 서구 영향을 많이 받은 홍콩과 싱가포르 증시에는 없습니다.

이런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비이성적인 급락 또는 급등장세를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일종의 안전장치죠.

이런 제도가 없다면 누군가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 주가가 급락할 때 불안심리로 또 다른 매도가 겹치면서 주가는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하루새 주가가 반토막이 될 수도,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는 거죠. 흔히 말하는 '작전세력'이 판을 칠 가능성도 커집니다.


2008년 산업은행의 인수 포기설이 나오면서 리먼브라더스 주가가 9월9일 하루에만 45% 추락한 것도 미국증시에는 이런 장치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상·하한가 제도 때문에 생기는 폐해도 만만찮습니다. 이를테면 공장이 하나만 있는 주식회사가 있는데 태풍으로 공장이 싸그리 날아갔다고 칩시다. 자산이 땡전 한 푼 안 남은 상황이 된 거죠.

다음날 주식시장에선 이 주식회사의 자산가치가 그대로 반영돼야 하지만 하한가 제도 때문에 모두 반영하지 못하게 되는 '정보지연문제(스필오버)'가 생깁니다.
주가가 상·하한가 근처까지 오르거나 내려가게 되면 투자심리가 조급해지고 매수·도 주문이 추가로 밀려들면서 가격이 제한폭에 달라붙어버리는 '자석효과'도 부작용으로 지적됩니다.

미국증시에선 이를 막기 위해 주식 딜러가 수급을 조정하면서 가격을 보정하는 조절 방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독일 등 유럽 대륙증시에선 주가가 급격하게 변할 경우 해당 주식의 매매를 추가 호가가 들어올 때까지 일시 정지하는 방식을 씁니다. 쉽게 말해 종목마다 사이드카를 거는 제도로 '변동성개입장치'라고 합니다.

국내 증권가와 학계에서도 상·하한가 제도를 폐지하고 보완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잖습니다. 국내 증시에서 정액제를 적용하다 정률제로 변경한 뒤 제한폭을 6%에서 15%까지 네차례에 걸쳐 늘려온 것도 이런 요구를 수용해온 과정입니다.

정리매매종목, 신주인수권증서, 신주인수권증권 및 채권, 주식워런트증권(ELW)의 경우에는 상·하한가 제도를 두지 않고도 있습니다. 장래 국내 증시의 주가 조절 스시템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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