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AG]"멀리뛰기 금 따낸 김덕현 세리머니 보고 깜짝"

머니투데이 중앙일보  | 2010.11.25 07:48
8m11cm 시즌 개인 최고기록
정순옥과 남녀 동반 금 환호


아시아에서 가장 멀리 뛰고도 일어나지 못했다. 심판이 부축하기 위해 다가오자 “오지 말라”며 손짓한 뒤 거의 기어서 모래판에서 빠져나왔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멀리뛰기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덕현(25·광주시청)의 마지막 상대는 부상이었다.

 김덕현은 24일 아오티 주경기장에서 열린 이 종목 결선에서 8m11㎝를 뛰어 수시옹펑(중국·8m05㎝)을 6㎝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자신의 한국기록(8m20㎝)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시즌 자신의 최고기록이었다. 아시안게임 멀리뛰기 우승은 1986년 김종일(7m94㎝) 이후 24년 만이다. 그간 한국은 동메달조차 없었다.

 김덕현은 4차 시기까지 8m5㎝를 뛴 수시옹펑에게 지고 있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뛴 5차 시기에서 8m11㎝를 비행해 역전에 성공했다. 착지 후 오른 종아리에 쥐가 나 한동안 꼼짝도 못 했다. 심판이 다가오자 김덕현은 손을 내저었다. 제3자의 도움을 받으면 기록이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김덕현이 역전에 성공하자 수시옹펑이 조급해져 5·6차 시기를 내리 실패했다.

 ◆“내 인생 최고의 해”=울거나 웃지도 않던 아이. 짜증 섞인 직설적인 발언으로 잘 알려진 김덕현은 금메달이 확정되자 태극기를 몸에 두른 뒤 트랙을 돌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문봉기 육상 대표팀 총감독은 “덕현이 세리머니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승해도 웃거나 우는 친구가 아니다. 태극기를 들고 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놀랐다. 문 총감독은 “덕현이는 입이 짧아 해외 전지훈련을 싫어하고, 식사도 혼자 하는 스타일이다. 워낙 내성적이어서 외국인 코치와 소통하지 못하는 등 문제도 있었다”며 “홍콩 전지훈련에 데려가지 않고 대회 직전까지 김혁 코치와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도록 한 게 효과를 본 것 같다”며 대견스러워했다.

 뜻밖의 눈물은 그간의 마음고생이 터져 나온 것이다. 김덕현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문제가 해결됐고, 올해는 내 육상인생에서 워낙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덕현이 고집스럽게 자기 훈련 스타일을 주장했고, 또 대표팀은 이를 지지했다. 과정이 ‘멋대로였기 때문에 결과를 ‘멋지게’ 내야 했던 부담이 컸다. 무거운 짐 대신 태극기를 어깨에 두른 김덕현은 “내 짜증을 다 받아 준 김혁 코치께 감사드린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덕현은 누구=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세단뛰기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번 광저우 대회에서는 멀리뛰기에서 금메달을 땄다.


 원래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단뛰기 선수였으나 몇 해 전 멀리뛰기로 전향한 뒤 기록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유니버시아드에서는 8m20㎝의 한국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문 총감독은 “멀리뛰기와 세단뛰기를 함께하는 선수들이 더러 있다. 활용하는 근육이 조금 다르지만 김덕현은 2개 종목에 모두 능하다. 어려서부터 멀리뛰기와 세단뛰기를 함께해 왔기 때문에 신체 밸런스와 리듬감이 좋다. 특히 발목 힘이 좋다”고 칭찬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육상을 시작한 김덕현은 2006년 전국체전 세단뛰기 남자 대학부에서 마의 17m를 넘는 17m07㎝의 한국신기록으로 우승, 대회 MVP에 오르면서 한국 육상 도약의 기대주로 꼽혔다.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세단뛰기에서는 16m78㎝를 뛰어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하기도 했다. 2008년 전국체전 멀리뛰기에서 8m13㎝로 21년 만에 한국기록을 경신하며 세단뛰기에 이어 멀리뛰기에서도 1인자가 됐다. 그리고 2년 만에 아시아 1위에 등극했다.

광저우=김식 기자

김덕현

생년월일 1985년 12월 8일, 체격 1m80㎝, 68㎏, 가족 부모와 1남1녀 중 둘째, 학교 전남 벌교 중앙초등 - 벌교 삼광중 - 광주체고 - 조선대, 소속 광주시청, 혈액형 A형, 신발 크기 2m90㎝, 주요 기록 멀리뛰기 8m20㎝(한국 기록·2009년 베오그라드 여름 유니버시아드), 세단뛰기 17m10㎝(한국 기록·2009 전국육상선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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