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젊은 사고로 미래를 준비하자

머니투데이 신용섭 방통위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  | 2010.11.29 07:34
↑신용섭 방통위 방통융합실장
말(馬)만큼 인류 역사와 함께 한 동물은 없을 것이다. 때론 정복의 수단으로, 때론 상품과 문화교류의 수단으로 말은 수천년동안 인류와 함께 했다. 특히 빠른 기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말안장의 개선은 당시로는 최고의 기술력이자 경쟁력의 상징이었다.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과 자동차의 출현은 이런 오랜 마상문화에 일대 혁명이었을 것이다.

지금으로 보면 '말안장 개선 TF팀'과 '자동차 발명 TF팀'의 대결도 있었을 것이고, 기존 세력과 신진그룹간의 수많은 논쟁도 있었을 법하다. 자동차의 이용을 극히 제한했던 적기조례(Red Flag Act, 1865∼1896)의 사례로 볼 때 아마도 최초 자동차의 발상지(영국)에서는 상당기간 기존의 관행과 관습을 대표하는 세력의 사고가 신진그룹을 압도했으리라 짐작된다.
 
19세기말 산업화와 제국주의라는 시대적 흐름을 간과해 치욕의 역사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그래서 더욱 새로운 산업적 패러다임과 국제적 흐름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1980년대 전전자교환기(TDX) 국산화, 1990년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개발과 세계 최초의 상용서비스, 2000년대 초고속인터넷 보급과 확산 등은 지난 30년간 이룬 우리 방송통신분야의 대표적인 정책성과다. 이는 우리 벤처기업 등 관련 기업들에게 "한번 해보자"는 도전정신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사고를 불러일으켰다.
 
이제 또다시 도전을 시작해야 할 때다. 과거처럼 단순히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음성인식, 증강현실, 다국어 번역 등 정말로 편리한 이용환경(User Interface)을 앞세운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관련 기업과 서비스를 묶는 경쟁이 시작됐다. 구글과 애플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기업들에 의해 이 경쟁은 시작됐고, 국내 기업들도 다양한 협력과 제휴를 통해 대응해나가고 있다.
 

이는 자신들이 가진 핵심능력을 기초로 모든 것을 개방하고, 참여자들에 적정한 수익을 배분하고 이를 통해 또다른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생태계적 접근이다. 사용자는 터치나 말, 동작으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방송과 통신 그리고 문화의 경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국경 구분도 없이 기술과 제품 그리고 콘텐츠와 서비스가 넘나든다. 특화된 정책과 기술, 서비스의 성과로 만족할 수 없고, 국내시장에서 일시적인 성공이나 특정기업, 특정부처가 독자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스마트폰에 대응하지 못해 고전하는 노키아처럼 기존의 성공이 오히려 새로운 준비를 가로막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우리나라는 방송과 통신 그리고 인터넷망이 통합활용되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망을 보유하고 있다. 온라인 게시판·동호회·게임·검색 엔진 등에 창의적으로 도전했던 젊은 벤처정신이 여전히 살아있다. 휴대폰·TV·컴퓨터 등을 하나의 회사에서 모두 생산하는 세계적 기업들도 보유하고 있으며, IT불모지에서 세계 최고의 IT강국을 만든 열정도 그대로다.
 
'방통융합' 시대에 맞는 정부의 규제와 진흥정책은 우리 기업들의 도전의식을 고취시켜 우리 고유의 콘텐츠와 서비스들을 세계 각국으로 전달시키는 디딤돌이 돼야 한다. 그런 시대가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스마트 시대의 모습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서 추종자(Follower)에 머물러왔다. 그러나 스마트시대에서는 새로운 질서를 주도적으로 창조하는 참여자로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IT를 다시한번 도약시키기 위해 우리는 지금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사고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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