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환원율 최소 10%로…스팩·IB '비상'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 2010.11.25 08:00

[단독]금감원, 증발공 규정 시행령 입법예고…업계 반발기류 거세

기업인수목적회사, 스팩(SPAC)을 운용하는 증권업계와 IB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비상장사를 합병할 때 자본환원율을 최소 10%로 올려 비상장사의 가치를 축소시키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을 개정, 최소 10%로 자본환원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비상장법인 수익가치 산정 합리화 방안을 입법예고했다.

스팩을 운용하는 일부 증권업계와 IB업계는 "기업 합병과 우회상장을 사실상 제한하는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 자본환원율 최소 10%이상으로

금감원은 개정안에서 비상장기업의 수익가치를 산정할 때 자본환원율(R)을 차입금 가중평균 이자율의 1.5배 또는 상속증여세법상 할인율(10%) 중 높은 것으로 적용토록 했다. 이로써 자본환원율은 10% 이상이 된다. 만약 차입금 이자율의 1.5배가 10%를 넘을 경우에는 자본환원율이 더욱 높아진다.

개정안은 현재 규제개혁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G20 정상회담 등으로 처리가 다소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환원률이란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해 현재 자산의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되는 할인율. 현금할인법으로 수익가치를 평가하는 경우 WACC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비상장기업의 수익가치를 산정할 때 평균 주당 추정이익을 자본환원율로 나눠 구하기 때문에, 자본환원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비상장기업의 가치는 낮아진다.

현재 자본환원율은 5%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적용되고 있다. 현행 규정은 국내 시중은행에서 고시하는 정기예금이자율의 1.5배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 최근 우회상장한 SC팅크그린의 경우, 회사에서 3.86%의 자본환원율을 제시했지만 금융감독원이 정정하면서 4.66%의 자본환원율을 적용했다.


◇스팩, 우회상장업계 반발…'양날의 칼'지적도

증권업계에서는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다. 비상장기업들의 가치가 낮아지면서 우회상장, 또는 스팩을 통해 증시에 입성하려는 비상장회사들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IB관계자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비상장기업의 가치를 낮게 평가할 수밖에 없어서 합병을 진행하기가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며 "이 때문에 개정안을 막기 위해 증권업계가 로비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 증권사 IB관계자는 "스팩입장에서는 상품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른 대형 증권사 IB임원도 "피합병회사의 상각률이 커져서 결국은 스팩이 기업공개(IPO) 대비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환원율 개정이 '양날의 칼'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조인재 대신증권 M&A금융부 팀장은 "유례없는 초저금리 현상으로 인해 우회상장시 합병비율 산정에 있어서 비상장법인이 과도하게 평가된 부분이 많았다"며 "상장사의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들이 많았지만 자본환원율을 바로 잡으면서 시장 신뢰성과 상장사의 주주들 보호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팩 투자자에 유리' VS '벤처투자 위축'

금융감독원 측은 이번 개정안이 스팩업계 활성화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비상장기업의 가치를 보수적으로 계산하면 합병비율을 산정하고 신주를 발행하는 데 있어서 스팩 투자자들에게는 상대적인 이익이 된다는 주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자본환원율 상향은 스팩에 투자하는 많은 일반투자자들의 상대적인 이익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며 "최소 상속증여세법 기준으로 높이면서 세법과의 통일성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금할인법으로 수익가치를 평가하면서 할인율을 최소 상속증여세법으로 적용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사실상 스팩 뿐 아니라 우회상장을 차단하는 결정"이라며 "IPO기준을 높인데다 우회상장도 사실상 차단하면서 셀트리온과 같은 우량기업의 증시진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벤처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감도 나왔다. 아무리 우량한 비상장 기업도 자본조달 금리를 10%이하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여서 벤처투자 할인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벤처캐피탈 출신의 한 상장사 CFO는 "벤처캐피탈이 비상장 기업에 투자할 때 통상 15%에서 25%까지의 할인율을 적용한 뒤 상장할 때 할인율의 차이를 이익으로 가져가는 구조"라며 "개정안 통과로 자본환원율이 10%이상으로 높아지면 벤처투자자들이 기업에 더 많은 할인율을 요구하게 되면서 투자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환원률(R)이란
☞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해 현재 자산의 가치를 파악하는 할인현금흐름법(DCF)에서 사용되는 할인율. 조달하는 자본의 원가를 말하며 가중평균자본비용(WACC)과 유사한 개념이다.

비상장기업의 가치를 산정할 때 순자산가치 40%, 2년간 수익가치를 60%를 가중평균해서 구한다. 이 때 수익가치는 평균 주당 추정이익을 자본환원율로 나눠 구하기 때문에, 자본환원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비상장기업의 가치는 낮아진다.

현재 일반적으로 5%미만의 자본환원율이 적용되고 있으며,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최소 10%를 적용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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