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던 '아시아의 小龍'들 힘빠졌나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10.11.23 11:33

태국·말레이 3분기 성장률 줄고 기준금리 잇따라 동결 선언

▲탁신 전 태국 총리의 생일에 그의 지지자들이 태국 전통 탈을 쓰고 용춤(드래곤 댄스)을 추고 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지난 분기에 올 들어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아시아 경제의 둔화 우려에 불을 지폈다. 두 나라 중앙은행이 잇따라 금리동결을 선언하고 시장동향을 주시하면서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태국 정부는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6.7% 성장했다고 22일 밝혔다. 1분기 12%, 2분기 9.2% 등으로 점차 둔화한 결과이며 올 들어 분기 성장률로는 가장 낮다. 말레이시아도 3분기 성장률이 5.3%로 전분기 8.9%에서 크게 둔화했다.

전세계 차원에서 분기 성장률이 6% 안팎이면 나쁘다고 하기 어렵다. 한국의 3분기 성장률은 4.5%였다. 하지만 '아시아의 용'으로 불리던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라면 사정이 다르다.

두 나라는 그동안 선진국 경제의 부진을 비웃듯 승승장구했다. 자본시장도 예외가 아니어서 태국 주식시장은 지난달 1996년 10월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고 말레이시아 증시 KLCI 지수도 사상 최고치로 올랐다. 외자 유입이 늘면서 태국 바트, 말레이시아 링깃은 올들어 최고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례적 급등세를 보인 일본 엔화를 제외하면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통화가치가 오른 곳이 두 나라다.

통화 강세에 수출주도형 경제라는 태생적 한계가 발목을 잡았다. 미국 유럽 일본 등 태국·말레이시아의 주요 수출시장이 고실업과 경기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꼈다. 설상가상 여름 악천후로 태국 등의 하반기 농업 작황마저 나빠져 경제성장세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 같은 성장률 둔화세는 양국 중앙은행이 최근 잇따라 금리동결을 선언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태국은 기준금리를 지난 7, 8월 잇따라 1.75%까지 올린 뒤 10월에 동결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올 3월부터 3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2.75%로 올린 뒤 지난 9월과 이달엔 금리를 동결했다. 8월까지 이어지던 금리인상 행렬이 9월 이후 약속이나 한 듯 '일단 멈춤'에 들어간 것이다.


◇금리인상 '스톱' 내년까지= 이에 따라 중앙은행들의 출구전략에 속도조절이 불가피해졌다. 싱가포르 화교은행(오버시-차이니즈 뱅킹)의 군디 카야디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수요의 불확실성이 수출주도형 아시아 국가에 부담이 되는 것이 확실하다"며 "둔화가 2011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태국 등의 통화당국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는 등 긴축정책을 시행하는 데에 보다 신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의 제티 악타르 아지즈 총재는 말레이시아가 내년 1분기까지 성장 둔화를 겪을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에나 경제가 회복되리라고 전망했다. 말레이 중앙은행의 다음 금융통화위원회는 내년 1월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이런 움직임이 경제 위축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키울 수도 있다. 제티 총재는 이 점을 우려한 듯 "리스크를 감독하고 점검해야 할 때"라면서도 "지금으로선 상황이 통제 가능하며 추가 긴축조치는 결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태국은 지난해 GDP가 2640억달러로 대만, 홍콩을 제외한 남아시아에서 인도네시아 다음 가는 경제대국이다. 말레이시아는 GDP 1910억달러로 태국 다음이다.

한편 싱가포르는 3분기 GDP가 10.6%, 인도네시아는 5.8%, 베트남은 6.5% 각각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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