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현금보관증, 가명 서명해도 위조죄"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 2010.11.23 06:00
타인을 사칭한 경우 뿐 아니라 평소 사용하던 가명으로 문서를 작성한 경우도 위조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사문서 위조·행사 혐의로 기소된 김모(60·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제주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김씨는 2007년 9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강모씨가 운영하는 다방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강씨로부터 선불금 명목으로 100만원을 받고 '한지숙'이라는 가명과 허위 주민등록번호로 서명·날인한 현금보관증을 써줬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강씨는 선불금을 갚지 않은 혐의와 현금보관증을 위조해 행사한 혐의로 김씨를 고소했다.

수사기관은 선불금을 갚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하고 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했다. 김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한지숙'이라는 이름은 다른 사람의 명의를 '사칭'한 것이 아니라 평소 다방에서 일하면서 사용해온 '가명'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1·2심 재판부는 "김씨가 가명으로 현금보관증을 작성한 행위는 가명이 본명과 다르다 할지라도 작성명의자의 인격 동일성이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결국 인격동일성에 관한 속임이 없어서 문서위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대법원은 "현금보관증에 표시된 명칭과 주민등록번호로 인식되는 인격은 1954년에 출생한 한지숙이어서 1950년생인 김씨와 다른 인격임이 분명하다"며 "문서 명의인과 작성자 사이에 인격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어 "김씨가 선불금을 빼돌릴 목적을 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자신이 52세 한지숙인 체 가장한 것만은 분명하다"며 "명의인과 작성자 인격 동일성을 오인케 한 김씨의 행위는 사문서 위조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3. 3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4. 4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5. 5 "갑자기 분담금 9억 내라고?"…부산도 재개발 역대급 공사비